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인근 재개발 문제가 내년 6·3 지방선거의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개발 계획을 내놓자 더불어민주당은 “종묘 가치를 훼손하는 재개발 계획”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군이 대거 반발 대열 선두에 서며 종묘 재개발 논의가 진영 간 정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손명수·이원종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개발은 필요하지만 종묘 같은 세계유산은 보존이 생명이자 경쟁력”이라며 “오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절대다수인 서울시의회의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을 근거로 종묘 가치를 훼손하는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는 내년 지방선거에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을 비롯해 김영배·박주민·박홍근·서영교 의원 등이 총출동했다.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약자와의 동행’을 말하는데 ‘업자와의 동행’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상위법 개정을 통해 종묘 일대 고층빌딩 건축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서울시 조례를 개정하는 건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구성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문화재보호법 등 상위법 개정이나 특별법 발의를 통해 오 시장의 자의적 해석을 방지하는 입법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도 “서울시의회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서울시에 개발 허가증을 내준 게 아니다”며 법안 개정에 동조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고심 중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종묘 인근 재개발을 밀어붙이려면 세계유산 영향평가부터 받아야 한다”며 “유네스코가 권고한 영향평가 절차를 정식으로 밟고 전문가와 시민 등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최근 종묘를 찾아 “(개발 계획에) 숨이 턱 막힌다”고 비판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에 “종묘 보존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오 시장은 여권이 서울시장 탈환을 위해 정부까지 활용하며 사안을 정치적 이슈로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시정 실패를 주장하기 위한 무리한 정쟁화라는 것이다.
오 시장은 특히 잠재적 최대 맞수로 꼽히는 김 총리를 연일 저격 중이다. 그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총리가 종묘 문제로 국민 감정을 자극하면서 선동하고 있다”며 “지방선거 때문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기관끼리 혹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업무와 관련해 갈등이 있다면 국무총리가 해야 할 일은 갈등 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황인호 한웅희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