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폰 싸늘한 반응에… 삼성 이어 애플도 후속작 보류

입력 2025-11-12 00:13

삼성전자가 갤럭시 S26 시리즈에 ‘엣지’ 모델을 포함하려는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애플도 ‘아이폰 에어’ 후속 모델 출시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얇은 두께를 부각한 ‘슬림폰’을 올해 잇따라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이 기대와 달리 냉랭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이 카메라, 배터리 등 스펙을 포기하면서까지 얇은 스마트폰을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미국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애플이 내년 가을에 아이폰 에어 후속작을 출시하기로 했던 계획을 연기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신제품으로 기존 모델로 구성된 아이폰18 시리즈와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아이폰만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9월 아이폰 에어를 출시한 애플이 내년 새 에어 모델을 라인업에 포함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계획을 선회한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에어의 생산 설비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제품 조립을 담당하는 폭스콘과 럭스셰어 등은 아이폰 에어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 라인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내 아이폰 신제품 구매자 중 에어를 선택한 비중이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아이폰17 기본 모델은 물량이 부족한 반면 아이폰 에어는 언제든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재고가 넉넉한 편이다.

아이폰 에어는 출시 당시부터 낮은 스펙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에어는 스피커가 한쪽에만 있고 카메라도 한 개뿐이다. 광각, 접사 사진 모두 찍을 수 없다. 얇은 스마트폰을 위해 카메라 수를 줄이고 배터리 공간을 넓혔지만 아이폰 17 기본 모델보다도 배터리 용량이 적다. 가격도 걸림돌로 지적됐다. 아이폰 에어의 국내 출고가는 159만원으로, 아이폰 17 기본 모델(129만원)보다 비싸다. 179만원부터 시작하는 아이폰 17 프로와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도 내년 2월 공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 엣지 모델을 제외하기로 한 상태다. 지난 5월 처음 출시된 갤럭시 S25 엣지는 갤럭시 S와 Z 시리즈 중간에 출시되면서 틈새시장을 노렸지만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 판매 시점뿐 아니라 가격 정책과 낮은 스펙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갤럭시 S25 엣지는 국내 출고가 149만6000원으로, 플러스(135만원)와 울트라(169만원) 사이로 가격이 책정됐다. 하지만 카메라와 배터리 등 스펙은 플러스보다 못하다. 카메라는 2개뿐이고 배터리 용량도 1000mAh 작다.

슬림폰은 점점 더 얇아지는 스마트폰의 진화 과정에 있는 과도기적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를 더 얇게 출시할 전망이다. 갤럭시 S25 기본 모델 두께가 7.2㎜인데 이보다 두께를 더 줄인 6㎜대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 모델이 점점 더 얇아지는 상황에서 얇은 두께를 위해 다른 걸 버린 엣지 모델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