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투’로 은행 ‘마이너스 통장’ 1조원 이상 폭증했다니

입력 2025-11-12 01:20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불과 일주일 만에 1조2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대부분이며 증가 폭으로는 4년 4개월 만에 최대라니 우려스럽다. 주식시장 상승세 속에 개인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투자)’에 다시 뛰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대출은 규제로 묶였지만,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유동성은 다시 불붙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빚투가 자산 가격의 거품을 키우며 금융 시스템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주 외국인이 7조원 넘게 팔아치운 주식을 개인이 빚으로 떠안았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고도 사상 최대치인 26조원을 돌파했다. 상승장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 어느 순간 시장 급락으로 되돌아올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압박 속에 무리하게 빚투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자산 가격이 꺾이면 심리적·재무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그 후유증은 개인을 넘어 금융 시스템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의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며 “코스피 5000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험 관리보다 낙관론이 앞선 발언이다. 부동산 대출은 옥죄면서 주식대출에는 관대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시장은 기대와 탐욕이 교차하는 곳이다. 정부의 발언 하나가 시장의 심리를 자극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가 3분기 연속 상승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더욱 불안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7%로 반등했고, 4대 금융지주의 부실채권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 취약성이 커지고 있는데도 빚투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빚으로 버는 수익은 언젠가 금리와 경기의 벽에 부딪힌다. 개인의 무리한 레버리지와 당국의 안일한 시각이 맞물리면, 시장의 불안은 순식간에 현실이 된다. 빚으로 만든 거품은 오래가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빚투의 위험을 시장에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