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고정밀지도 반출 심의 또 연기… ‘서류 미비’에 美 자극 우려도

입력 2025-11-12 00:16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구글의 고정밀 지도반출 여부 심의를 내년으로 보류했다. 정부가 요구한 지도 반출 요건과 관련한 보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정확한 심의가 불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심의 기한은 구글의 보완 서류 제출 기한을 감안해 내년 2월 5일까지 60일 연장됐다. 정부가 유보 판단을 내린 건 지난 5월, 8월에 이어 세 번째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11일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9개 기관이 참여한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었으나 이 사안에 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구글은 지난 2월 1대5000 축척의 국내 지도 데이터를 본사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다. 정부는 5월과 8월 두 차례 협의체 회의를 열었으나 국가안보 논의 필요성과 구글 측의 연장 요청 등을 이유로 심의를 미뤘다.

정부는 고정밀 지도 반출요건 충족 여부와 관련해 구글의 입장이 대외적으로 밝힌 내용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구글은 지난 9월 좌표값 대신 국내 영상을 활용해 민감 안보시설을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실제 반출 신청서에는 ‘기술적으로 탑재 가능한 국내 영상 품질을 테스트해보겠다’는 수준의 답변만 제시했고 추가 서류는 내지 않았다.

정부의 공식적인 결정 보류 사유는 ‘구글의 서류 미비’이지만 미국의 압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29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공개가 지연되는 팩트시트에 고정밀지도와 플랫폼법 등 비관세장벽 이슈가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되기 때문이다. 아직 문서화 전인 만큼 협의체로서는 판단을 서두르기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토부를 포함한 다수 안보 관련 기관은 안보를 이유로 반출 불허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협의체 판단은 만장일치제로 운영돼 한 부처라도 반대하면 불허로 결정된다. 다만 통상 당국인 산업통상부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관련 입법, 정책 등이 비관세 분야 합의 사항에 포함됐다며 관계 부처의 협조를 당부했다.

다음 달 초 예정된 애플의 고정밀지도 반출 심의 역시 미뤄질 수 있다. 법적·절차적 측면에서 한 차례 더 연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고, 외교적 변수와 통상 리스크를 고려할 때 정부가 일정 조정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애플은 구글보다 기술적·절차적 요건 충족도가 높아 심의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평가된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