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증권사 내년 코스피 전망… 4500부터 7500까지 제각각

입력 2025-11-12 00:33

올해 증시가 유례를 찾기 힘든 강세를 보이면서 증권사의 내년도 코스피 전망치 차이가 최대 30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중 내년도 코스피 전망치를 가장 높게 잡은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내년도 전망치를 5000으로 제시하며 실적에 따라 최대 7500까지 가능하다고 봤다.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3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에 따른 밸류에이션 확장과 코스피 실적 사이클로 1985년 이후 40년 만에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낙관론의 근거는 코스피 상장사의 내년도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6% 늘 것으로 예상되고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1.4배)이 여전히 다른 나라 주요 지수에 비해 낮다는 점 등이다. 김 본부장은 “코스피 PBR은 전 세계 증시(3.5배) 대비 60%, 아시아(2.2배) 대비 37%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내년도 전망치를 5000으로 잡았다. 국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이 (이재명 대통령) 임기 2년 차인 2026년 가장 강할 것으로 보여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유지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증권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 미국 대통령 중간 선거 등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보수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KB증권의 최대 목표치보다 3000포인트 낮은 4500을 제시하며 “인공지능(AI) 버블 논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관련 리스크 등 제약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의 수혜를 받는 신성장 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지만 전통 제조업 부문은 부진해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외에 한국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4600을 제시했고 하나증권은 내년 상반기 목표치를 4300으로 잡았다. 대부분 증권사가 내년에도 코스피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상승 속도와 목표 상단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코스피 전망치가 시시각각 바뀌어 투자 판단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대내외 변수에 따라 수치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리서치센터가 코스피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은 내비게이터와 유사하다”며 “처음에 설정한 길을 따라가다가 갑자기 사고가 나거나 더 빠른 길을 찾을 경우 목표 시간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