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형법에 명시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의 폐지 여부를 검토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형사가 아닌 민사로 다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혐오 표현 처벌과 관련한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면서 “만약 개정하게 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제도를 동시에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말했다.
이어 “있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을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건 민사로 해결해야 할 것 같고, 형사 처벌할 일이 아니다”면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형법 개정 문제는 신속히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 장관은 “신속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각 정당이 설치하고 있는 현수막의 혐오 표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인종 혐오나 차별, 사실관계를 왜곡·조작하는 잘못된 정보 유통은 민주주의와 일상을 위협하는 행위로 추방해야 할 범죄”라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길바닥에 저질스럽고 수치스러운 내용의 현수막이 달려도 정당이 게시한 것이어서 철거하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며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현수막을 달기 위해 ‘현수막 정당’을 만들기도 하고, 일부에 의하면 무슨 종교단체와 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 현수막은 2022년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장소의 제약이 거의 없이 게시되며 훼손 시 처벌받는다. 이로 인해 정당 현수막에 담긴 혐오 표현이 쉽게 노출되고 퍼진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정당이라고 해서 아무 곳에나 현수막을 달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며 “(정당 현수막 규제를 완화하는 법은) 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든 법이긴 하나 악용이 심하면 법을 개정하든 없애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일종의 특혜 법이 될 수도 있다. 옛날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정당과 협의해 달라”고 지시했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