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론의 들에서 양을 치던 노예 소년은
을래 강변의 물소리를 들으며 자랐지요
나라를 뺏긴 암흑의 밤은 더욱 짙어가고
희망의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년의 가슴에는 푸른 강물이 흐르고
예루살렘의 밤하늘을 비추고 있을
별이 떠올랐어요
바사왕 고레스가 유대인을 석방해
고국으로 귀환시킬 때
노예 양치기 소년은 맨 앞에 서서
5만명의 백성을 인도하는 목자가 됐지요
벽돌 하나 남지 않고 허물어진
성전을 재건하고
성곽의 축대를 다시 세워
황무지 위에 장미 사원을 지은
우재(宇材)가 됐나니.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스룹바벨은 BC 6세기에 활동한 유대 총독이다. 페르시아의 포로 생활에서 놓여나 유대인 한 무리를 이끌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서 페르시아의 속주(屬州) 유대의 총독이 됐다. 예언자들의 영향을 받아 성전을 다시 지었으며 다윗 가문의 후손으로서 유대인들에게 메시아의 희망을 심어준 인도자였다. 시인은 ‘노예 소년’의 가슴에 떠오른 별로 이 역사(役事)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양치기 소년이 5만명의 백성을 인도하는 목자가 됐고 그 이후의 행적이 합당했으니, 시인은 성전 재건의 영광을 그의 공로로 돌렸다. 더불어 ‘황무지 위에 장미 사원’을 지은 자신의 고난과 성취를 여기에 비춰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올곧은 인도자의 길은 어려움 가운데 더 빛난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