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이 논의되는 상황이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올해도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내수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원자잿값 상승 기류가 달라지지 않으며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몸집 줄이기를 이어가고 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면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오는 21일까지 1980년 이전 출생자와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롯데칠성음료가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1950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올해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는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롯데웰푸드 등이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이후 계속해서 영업적자를 보는 등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롯데웰푸드는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소폭 개선 흐름을 보였으나, 비용 절감 노력은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만 45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중이다.
희망퇴직은 유통업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특히 업황이 좋지 않은 면세업계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현대면세점은 지난 4월 5년 차인 2021년 12월 이전 입사한 부장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러면서 7월에는 업황 악화로 적자가 쌓인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무역센터점 규모를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줄였다. 올해 3분기 104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신라면세점도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11번가는 올해만 3개월 연속 희망퇴직을 진행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뷰티 사업부 소속 판매·판촉·강사직(BA·BC·ES)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이마트가 처음으로 전사 대상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12월에도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두 번째 희망퇴직에서는 접수 대상에 대리·사원이 포함되는 등 대상이 확대됐다.
녹록잖은 유통시장 환경에서 경영난이 쉽사리 타개되지 않으며 ‘조직 슬림화’가 비용 절감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쓰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정년 연장 여부를 두고 국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데, 기업들은 이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 10일 발표한 ‘중견기업 계속 고용 현황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169개의 중견기업 중 62.1%가 고령자 계속 고용 방식으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꼽았다.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를 고른 곳은 각각 33.1%, 4.7%에 그쳤다.
내수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거나 원자잿값이 안정되지 않는 이상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고 고정비 비중이 높을 때는 인건비를 줄이고 비핵심 사업 규모를 줄이는 방법이 정석이다”라며 “희망퇴직을 받는 기업들은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