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수뇌부 해명… 검사들 반발 확산일로

입력 2025-11-10 19:02 수정 2025-11-10 19:04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정 장관은 "(항소 포기에 대한) 지침을 준 바는 없다"고 말했지만 노 대행은 항의 방문한 대검 선임연구관들에게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천=윤웅 기자, 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 논란에 대해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을 뿐 검찰에 지침을 준 것은 아니라며 압력설은 부인했다. 반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의중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항의 방문한 대검 연구관들에게 토로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검찰 수뇌부의 말들이 미묘하게 엇갈리면서 항소포기 결정을 둘러싼 검찰 내 혼선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 장관은 1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항소를 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에서 보고가 왔을 때 ‘신중하게 판단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검에 지시나 지침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고 답했다.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의견은 피력했지만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는 ‘법무부 압력설’엔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의 최종적인 지휘권자였던 노 대행의 발언은 이와 뉘앙스가 다르다. 노 대행은 이날 대검 선임연구관 10여명이 항의차 방문한 자리에서 “용산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차원의 검찰개혁이 논의되는 와중에 대검 수뇌부가 법무부 의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고, 정 장관의 의견표명이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한 것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 대행은 전날 낸 입장문에서도 “법무부 의견을 참고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대검 관계자는 “개인적 소회를 토로하다 나온 말일 뿐 확대해석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무부·대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 간 항소 여부를 둘러싼 극명한 인식차도 드러나고 있다. 정 장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에게 검찰 구형보다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된 점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항소 포기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 재판과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에는 “이 사건이 이 대통령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이 대통령은 별개로 기소돼 재판 진행 중이다가 지금 중단돼 있다”고 강조했다.

항소 포기 결정 경위를 둘러싼 혼선과 결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검찰 내부 인식차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검찰 내 반발 기류는 더 거세지고 있다. 일선청 18명의 검사장은 이날 공동 명의 입장문을 내고 “노 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전국 20개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구체적인 경위를 따져 물었다. 노 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는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재현 정현수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