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보정도 구독하면 무제한… ‘인생샷’에 지갑 여는 2030

입력 2025-11-11 00:45
사진·동영상 편집 앱 ‘스노우’가 얼굴 사진에 배경과 의상 등을 자동 생성해 만들어낸 AI 이미지. 스노우 앱 화면 캡처

눈이 내리는 설원을 배경으로 푸른 목도리를 두른 모델이 카메라를 응시한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이 사진은 인공지능(AI)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 ‘메이투’와 ‘스노우’로 30초 만에 만들어 낸 것이다. 정면 얼굴 사진 한 장만 준비하면 배경과 의상 등 나머지 구성 요소는 AI가 자동으로 생성한다. 해당 기능을 무제한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매월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인생 사진’ 연출을 원하는 2030세대가 흔쾌히 지갑을 열면서 효과적인 수익 모델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사진 앱 기업 메이투가 지난 4일 공개한 AI 사진 생성 기능 ‘눈 내리는 밤’은 하루 최대 3회까지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과 영상 보정을 포함한 모든 기능을 무제한으로 쓰기 위해서는 월 9900원의 VIP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하나를 이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현재 매출의 62%가 구독료에서 나오고 있을 만큼 안정적인 유료 고객층을 확보한 상태다. 앱 출시 초기에는 광고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렸지만, 2019년부터 본격 구독 모델을 도입하며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도 유사한 AI 기능 ‘겨울 세컷’으로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겨울 세컷 외에도 한강을 배경으로 한 ‘한강 세컷’이나 웨딩 스냅 사진도 제작할 수 있다. 스노우 앱 역시 기본적인 보정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지만, AI 콘텐츠나 정밀한 사진·영상 편집 기능, 고화질 모드 등은 월 8900원 정기구독에 포함돼 있다. 유료 구독자 경우 2024년 전년 대비 130%가 늘었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도 직전 해보다 14%가량 증가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 실적에도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스노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3% 뛴 262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앱의 경쟁력은 간편하게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부분을 세세하게 편집할 수 있다는 것도 차별점이다.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로도 이미지 생성이나 사진 편집은 가능하지만, 사용자가 명령어(프롬프트)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스노우 관계자는 “증명사진, 스냅 사진 등 주제에 맞는 AI 합성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하거나, 이목구비를 개별 보정하는 기능은 아직 챗GPT 등에서 구현하기 어렵다”며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2030세대, 더 나아가 10대까지 사진 보정 전용 어플을 구독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구독 모델의 성공과 더불어 사진 편집 분야는 생성형 AI가 가장 빠르게, 효과적으로 침투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AI 이미지 생성 시장은 지난해부터 연평균 17.5% 성장해 2032년 14억달러(약 2조35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