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가동률 90%로 올려도 2035년 탄소 53% 감축 어렵다

입력 2025-11-10 18:56
김성환(맨 오른쪽)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및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이날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NDC 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53~61% 줄이는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탄소 감축 부담이 가장 큰 전력 분야의 실현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10년 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4배가량 높이고 전체 발전량 33%를 원전이 분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제자리 상태인 데다 재생에너지 보급도 취약한 송·배전망 인프라와 주민 반발이 발목을 잡고 있어 목표 달성 가능성은 작다는 진단이다.

10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2035 NDC안에 따르면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최소 53% 감축하려면 전환(전력) 부문은 이를 2018년 대비 68.8% 줄여야 한다. 지난해 배출량(2억1830만t)과 비교해도 11년 내 59.6% 감축이 필요하다. 앞서 2023년 수정된 2030 NDC에서도 전력 분야 감축 목표는 45.9%로 모든 부문 중 가장 높았다.

정부는 53% 감축을 위해 2035년 발전 총량 711테라와트시(TWh) 중 재생에너지(233TWh·33%)와 원전(234TWh·33%)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전 발전량 증가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단 상태인 고리 2·3호기 및 신규 건설 원전 2기(신한울 3·4호기) 등 총 30기 원전이 2035년 이전 가동될 경우 원전 발전 총량은 252.7TWh다. 최근 10년 원전 평균 가동률(77.4%)을 반영하면 원전 발전량은 207.5TWh로 목표치에 미달한다. 원전 가동률을 90%까지 끌어올려도 227.4TWh에 그친다.

신규 원전 완공과 노후 원전 재가동 여부도 불확실하다.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3·4호기는 2032년 완공 전망이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완공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오는 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계속운전 심의를 앞둔 고리 2호기가 재가동되더라도 가동 가능 기간은 7년에 불과하다. 2029년까지 줄줄이 가동 중단을 앞둔 원전 10기도 변수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노후 원전 재가동 기간을 더 늘리는 법 개정 등 수단을 모두 동원해도 2035 NDC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육성한다면서 안정적 전력 확보 방안은 NDC에 전혀 담겨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대규모 보급도 녹록지 않은 과제다. 정부는 지역별로 다른 재생에너지 설비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으로 발전량을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날 때 블랙아웃(대정전)과 같은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 교수는 “기상 여건에 따른 간헐성, 설비 지역 주민의 수용성 등을 어떻게 풀지가 숙제”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