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기 프로게임단 T1이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e스포츠 국제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사상 최초의 3회 연속 우승 금자탑을 쌓았다. 자신들이 갖고 있던 최다 우승 기록도 5회에서 6회로 고쳐 썼다.
T1은 지난 9일(한국시간)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 파크 다목적 체육관에서 열린 2025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같은 한국의 KT 롤스터를 상대로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한때 1대 2로 뒤처졌지만 4·5세트를 내리 따내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LoL 월드 챔피언십은 e스포츠에서 가장 가치 있는 대회다. 축구의 ‘FIFA 월드컵’과 비슷한 위상을 가져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선 ‘롤드컵’으로도 불린다. T1은 매년 가을에 열리는 이 대회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들도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T1은 2015·2016년 대회 연속 제패 이후 2017년에도 결승에 올라 3연패에 도전했지만, 결승전에서 삼성 갤럭시(現 젠지)에 완패하면서 고배를 삼킨 바 있다.
T1의 핵심 선수는 ‘페이커’ 이상혁. 2013년 루키 시즌에 팀을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끌면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이상혁은 이후로도 T1의 모든 우승 순간을 함께했다. 이제 리그 최연장자 선수가 됐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과 열정은 불변이다.
이상혁은 지난 9일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롱런 비결과 관련해 “가장 큰 요인(원동력)은 열정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최고의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는 게 제게 굉장히 의미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상혁은 2017년 목전에서 3연패를 놓쳤던 경험이 이번 3연패를 완성하는 토대가 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사실 오늘 2017년 생각이 잠시 떠올랐지만 경기를 하면서 느낀 감정은 그때와 굉장히 달랐다. 승패를 떠나서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2017년 패배의 아픔이 지금은 거의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제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T1은 올 시즌 내내 거센 풍랑에 흔들렸다. 국내 프로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선 4위를 기록했다. 그보다 앞서 열렸던 국제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과 ‘e스포츠 월드컵’에서도 각각 2위,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가장 권위 있는 대회 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그간 쌓였던 울분을 모두 해소했다. 김정균 감독은 “올 한 해 동안 선수들이 힘들었을 텐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올해 총 3회의 굵직한 LoL e스포츠 국제대회는 전부 한국팀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렸던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는 한화생명이, 7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렸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은 젠지가 우승한 바 있다. LoL 월드 챔피언십은 T1이 우승하면서 한국의 ‘3강’으로 평가되는 3개 팀이 한 개씩 트로피를 나눠 챙긴 셈이 됐다.
LoL 종목사 라이엇 게임즈는 내년에도 3개의 국제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첫 번째 대회인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는 브라질 상파울루, 두 번째 대회 MSI는 한국의 대전, 마지막 월드 챔피언십은 미국의 텍사스와 뉴욕에서 개최하겠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