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무인기 의혹’ 尹 이적죄 기소… 김용현·여인형도 재판에

입력 2025-11-10 18:58
내란 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가 10일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대형 스크린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 내용을 띄운 채 브리핑하고 있다. 메모에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뉴시스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 등이 12·3 비상계엄 선포 여건을 조성하려고 평양 상공에 무인기를 투입하는 비정상적 군사작전을 감행했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드론 분쟁의 일상화’ 등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을 암시하는 듯한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가 주요 증거가 됐다.

특검은 10일 윤 전 대통령 등 3명을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전 장관은 무인기 작전을 지휘한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과 함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 등이 공모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북 간 무력충돌 위험을 증대시키는 등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저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남북 군사 대치 상황을 이용하려 한 것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등에게는 당초 외환유치 혐의 적용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특검은 적국과의 내통을 의미하는 ‘통모’가 요건인 외환유치 혐의가 아닌 일반이적 혐의를 적용했다. 일반이적 혐의는 통모 여부와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준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윤 전 대통령 등이 지난해 10월쯤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을 지시함으로써 군사적 긴장 상태를 고조시켰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핵심 증거로는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가 제시됐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기회를 잡아야 한다’ 등의 내용을 메모장에 적었다. 비슷한 시기에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 ‘충돌 전후 군사회담 선(先) 제의 고려’ ‘대외적 명분과 적 기만 효과’ 등의 메모도 발견됐다.

특검은 ‘계엄 비선’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수첩 내용 등을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등의 비상계엄 논의가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시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안가 회동에서 처음 계엄 논의가 시작됐다는 기존 윤 전 대통령 공소사실보다 앞당겨진 것이다.

이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선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국무위원들에게 비상계엄이 별일 아니라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대접견실로 돌아와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와 같은 말씀을 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이 소집한 국무회의에 대해 “영문을 모르고 자리에 갔는데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 가서 앉았다가 나오게 됐으니 동원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연히 안 갔어야 한다. 저희가 안 갔으면 (비상계엄) 상황이 안 벌어졌을 수도 있지 않냐”고 울먹이며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