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온실가스 감축, 구호 대신 구체적인 실행 계획 제시해야

입력 2025-11-11 01:20
김성환(맨 오른쪽)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및 제4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어제 회의를 열고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53~61% 감축하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의결했다. NDC는 오늘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주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공표될 예정인데 산업계에선 벌써부터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이상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목표 달성을 위한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실행 계획이 제시돼야 한다.

산술적으로 볼 때 정부안은 48%(산업계)와 61~65%(시민사회)의 적당한 타협선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안을 달성하려면 전력 부문에서는 2018년 대비 탄소 배출을 68.8% 줄여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금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7배, 원전 발전은 20% 이상 늘려야 하는데 송·배전망 인프라가 취약한 재생에너지는 차치하더라도 원전 발전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국내 원전 설비용량의 실제 발전량은 194.8~207.5 TWh(테라와트시·지난해 평균 가동률 82% 기준) 정도다. 정부 설계에 맞추려면 원전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현재 운용중인 원전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신규 원전 2기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완공 시점 등은 계속 미뤄지고 있고 수명 만료로 가동 중지된 고리 원전 2호기에 대한 계속운전 승인도 두 달째 보류 상태다. 원전 활용에 유보적이면서 NDC 목표를 상향한 것은 모순적인 상황인 셈이다. 전력 부문 외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 구조에서 현실성 없는 NDC 목표 제시가 기업 경쟁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후 위기의 광범위한 영향과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을 감안하면 적극 대응의 필요성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된다. 납득 가능한 정책을 제시하고, 지원 약속을 실제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각 부문의 감축 속도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하고, 세제·금융 지원 등 실질적 이행 수단도 마련해 개별 산업과 기업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