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낼 돈 없다더니… 은닉처서 금·에르메스 가방 우르르

입력 2025-11-11 00:19
체납자의 집에서 발견된 에르메스 가방들. 국세청 제공

서울에 거주 중인 A씨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수십억원을 포함해 100억여원 규모의 세금을 체납했다. 그러면서도 고액의 소송 비용을 내고 자녀 유학비와 체류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재산을 빼돌린 혐의가 짙었지만 타인 명의 거주지에 지내는 등의 이유로 사는 곳을 알 수 없었다. 이에 국세청은 서울시와 합동 수색에 나서 A씨의 거주지를 특정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CCTV 정보 등을 공유받아 거주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합동수색반은 그의 거주지를 수색해 에르메스 가방 60점, 금·그림 등 모두 9억원 상당을 압류했다.

국세청은 지난달 20~31일 서울시 등 7개 광역자치단체와 합동 수색을 실시해 국세·지방세를 합쳐 18억원을 징수했다고 10일 밝혔다. 국세청이 혐의 정보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CCTV 기록이나 공동주택 관리정보 등 현장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고액·상습 체납자의 주거지 등을 확인했다. 대상은 국세와 지방세를 모두 체납한 18명으로, 이들의 체납액만 4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 관계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합동 수색 결과물 중 대부분은 2명의 고액·상습 체납자에게서 징수했다. 가장 많은 금액은 A씨의 은닉처에서 찾아냈다. 두 번째로 많은 징수액은 결제 대행업을 하면서 수수료 수입을 빼돌린 B씨에게서 거둬들였다. 국세청은 B씨의 서울 시내 자택을 2차례에 걸쳐 합동 수색해 5억원을 압류했다. B씨는 합동수색반의 1차 수색이 있고 난 뒤 현금 4억4000만원을 캐리어에 넣어 빼돌리려다 이 장면이 CCTV에 찍히면서 꼬리가 밟혔다.

국세청은 향후 고액·상습 체납자 추적 조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달 출범한 ‘고액체납자 특별 기동반’은 체납 발생 즉시 실태 확인부터 체납 징수까지 진행하는 기능을 갖추고 업무를 개시했다. 기존 체납자에 대해선 내년 출범하는 ‘국세 체납관리단’이 전수조사와 함께 대응할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고액·상습 체납자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하고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