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세계의 모델… 교회 존재 이유는 세상·다음세대”

입력 2025-11-11 03:00
칼리토 파이스 브라질 씨다지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세계 어디에도 없는 놀라운 부흥의 역사를 가진 공동체.”

칼리토 파이스(55) 브라질 씨다지교회(Igreja da Cidade·‘도시 교회’라는 뜻) 목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교회를 향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파이스 목사는 “한국교회는 여전히 세계교회의 모델”이라며 “다만 불은 스스로 타오르지 않는다. 장작을 더 넣지 않으면 꺼진다. 이젠 그 불을 세상과 다음세대로 옮길 때”라고 조언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에서 매주 3만여명이 모이는 교회를 이끄는 파이스 목사지만 “교회의 건강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사명을 품고 세상으로 나가는가로 측정된다”고 강조했다. 씨다지교회는 1997년 파이스 목사가 부임할 당시 교인이 600여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브라질 전역에 19개 캠퍼스를 둔 대표적 복음주의 교회로 성장했다. 씨다지교회는 철저히 ‘파송 DNA’에 기반한다. 파이스 목사는 “현재 2000여명의 소그룹 리더와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사역에 참여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2030세대 젊은이들”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20년 동안 세운 새 교회만 44곳에 달한다. 그는 “교회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을 위해, 다음세대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성장의 열매를 지역사회와 세계로 환원하는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스 목사는 2000년대 초반 미국 새들백교회에서 열린 ‘목적이 이끄는 교회’ 콘퍼런스에 참가해 지금의 사역모델을 확립했다. 파이스 목사는 콘퍼런스의 결론을 브라질 교회 현실에 맞춰 발전시켰고 예배·교제·제자훈련·사역·선교라는 다섯 가지 핵심 가치를 정립했다.

교회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10가지 점검 지표도 소개했다. 파이스 목사는 매주 교역자들과 함께 출석 인원·결단자 수·소그룹 참여율·새로운 침례자 수·신앙 회복자 수·진행 중인 사역 수·헌신자 수·새로운 교회 개척 수·재정 구조·선교 활동의 10가지 항목을 확인한다. 그는 “목회자는 먼저 자기 교회를 냉철하게 진단해야 한다. 진료 없이 치료가 없듯, 점검 없는 부흥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지표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교회의 영적 맥박을 재는 문진표 역할을 한다. 파이스 목사는 “대형 교회를 유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일”이라며 “교회가 진단을 통해 내부의 구조를 개선하고 다음세대가 주체적으로 신앙을 계승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교회에 모델이 된 한국교회 위상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과 북한은 신앙의 자유가 제한되고 일본은 신앙이 사회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필리핀은 경제적 제약이 큽니다. 그러나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세계가 사용하는 기술력을 함께 가진 나라입니다. 하나님이 복음을 전하기에 가장 좋은 토양을 한국에 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는 이어 “전 세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한국의 부흥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며 “신앙과 문명, 기술이 결합된 나라로서 한국은 여전히 세계교회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하비스트 서밋(GHS) 2025 참석차 내한한 파이스 목사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적지 않은 부흥의 자산을 유지하려면 다음세대를 세우고, 기도와 헌신을 다시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스 목사는 현재 30개국 2100개 교회가 참여하는 ‘인스파이어 네트워크(Inspire Network)’ 대표로 활동한다. 이 네트워크는 교단이나 교리에 얽매이지 않고 기도, 멘토링, 자료 공유, 관계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파이스 목사는 “모든 교회가 각자의 부르심에 맞게 성장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운동이 부흥의 역동성이 줄어든 한국교회에도 새로운 영적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