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법의 사각지대 방치
마침내 내일 법사위 테이블 올라
업계 물밑 로비전에 방심은 금물
법안 핵심은 ‘담배 정의’ 확대
각계, 신속한 입법 한목소리
전문가 “더이상 늦추면 폐해 심각”
업자들 벌써 ‘무니코틴’ 얌체 상술
마침내 내일 법사위 테이블 올라
업계 물밑 로비전에 방심은 금물
법안 핵심은 ‘담배 정의’ 확대
각계, 신속한 입법 한목소리
전문가 “더이상 늦추면 폐해 심각”
업자들 벌써 ‘무니코틴’ 얌체 상술
오랫동안 법의 사각지대였던 합성 니코틴 제품을 담배로 정의해 규제하도록 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12일 입법의 마지막 문턱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지난 9월 말 기획재정위원회가 12개의 개별 발의 법안을 통합, ‘위원장 대안’ 형식으로 어렵사리 합의 처리해 큰 고비를 넘었으나 또 한 번의 시험대가 기다리고 있다. 국회의 정치적 여건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유관 부처에는 12일 오후 법사위 상정이 통보된 상태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상임위 벽을 넘었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법사위는 다른 법률과의 충돌 가능성 등 법체계와 자구 수정 심사를 주로 하지만 상임위 못지않게 담배업계의 물밑 로비가 치열한 곳이다. 복지부가 “상임위에서 합의 처리돼 큰 쟁점은 없지만 그렇다고 낙관할 상황은 아니”라고 한 데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읽힌다. 실제 2015년 19대 국회 때 담배 경고그림 도입 법안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담배업계가 상임위보다 오히려 법사위 타깃으로 더 세게 로비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14년 만에 ‘합성 니코틴 규제’ 근거
복지부 관계자는 10일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 번에 의결돼 국회 본회의로 직행하는 것”이라며 “만일 누군가 문제 제기로 소위원회로 내려서 논의하자고 하면 그때부턴 ‘개미 지옥’이다. 다시 전원 회의로 올리는 게 매우 힘들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랜 담배규제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이달 1일 시행된 ‘담배 유해성 관리법’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합성 니코틴 제품의 유해 성분까지 대중에 공개돼야 흡연율 감소, 국민 건강증진이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면서 법사위의 우선 순위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연학계와 담배규제 전문가들도 “합성 니코틴이 대부분인 액상 전자담배로부터 청소년의 무방비 노출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며 이번 정기 국회에서의 신속한 법안 통과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은 제2조 담배의 정의 부분이다. 기존 ‘연초의 잎’을 ‘연초나 니코틴’으로 바꿨다. 이렇게 되면 담뱃잎 추출물 사용 제품만 담배에 해당되던 것이 연초의 잎·줄기·뿌리는 물론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 제품까지 모두 담배에 포함된다. 담배의 정의에 이처럼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1988년 담배사업법 제정 이후 약 37년 만이다. 또한 2011년 합성 니코틴을 담배의 정의에 포함하는 법안이 처음 발의된 후 약 14년 만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 말부터 담배 정의 확대 법안 준비와 논의를 본격화했지만 담배업계의 문제 제기 등으로 최근의 상임위 통과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업계, 이의 제기로 숱한 우여곡절
현재 시중 유통되는 액상 전자담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합성 니코틴 제품은 그간 담배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세 부담금은 물론 건강경고그림 부착, 판매 및 광고 제한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담배 소매인 지정을 받을 필요도 없고 24시간 무인 자동판매기 운영도 가능하다. 사실상 청소년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니코틴 제품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청소년 보호법상 전자담배 액상과 기기는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돼 판매가 금지돼 있긴 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이 성인 인증 장치를 갖추고 있으나 타인 것이나 위조 신분증으로 얼마든지 인증을 통과할 수 있어 허점이 많다.
이런 허술한 법제도를 틈타 액상 전자담배는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과 각종 가향 첨가물로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청소년의 액상 전자담배 사용률은 2020년 1.9%에서 지난해 3.0%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청소년의 궐련 흡연율이 4.4%에서 3.6%로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정된 담배사업법이 국회의 모든 문턱을 넘어 본격 시행되면 액상 전자담배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돼 청소년의 흡연율 감소와 건강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법사위 의결이 되더라도 본회의를 거쳐 법 공포까지는 약 3주 걸리고 법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뒤여서 내년 5~6월쯤이나 본격 규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소상공인 보호 명분으로 판매업자의 소매인 지정 거리 제한의 법 적용이 2년간 유예되고 제세 부담금 감면 조치도 이뤄져 합성 니코틴 판매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 니코틴’ 갈아타기 대책 시급
그사이 이번 법 개정에서 여전히 벗어나 있는 ‘유사 니코틴 제품(무니코틴 표방)’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우려가 제기된다. 일종의 풍선 효과다. 벌써 일부 합성 니코틴 판매업자들은 유사 니코틴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합성 니코틴 규제 법안이 하루빨리 마련되고 이후 유사 니코틴 등의 추가 규제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금연학회장인 김열 국립암센터 교수는 “근래 니코틴 유사 물질인 메틸 니코틴, 메타돈 등 중독 물질을 포함한 흡입 제품이 ‘무니코틴’으로 둔갑해 담배가 아닌 안전한 제품인 양 팔리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체 흡입 제품 전체에 대한 독성과 건강 안전성, 중독성을 체계적으로 평가·관리할 법안과 제도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액상 전자담배가 청소년 사이에 가장 인기 있고 많이 사용되는 데다 더 심각하게는 최근 신종 마약 시작의 핵심 도구가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법안 처리가 신속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액상 전자담배의 포괄적 규제는 단순히 흡연 예방을 넘어서 한국이 다시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는 데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 법이 통과돼도 여전히 유사 니코틴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로 남기 때문에 이에 대한 추가 조치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