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정년연장, 사회적 논의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입력 2025-11-11 00:34

정년연장 법제화가 정치권의 최대 이슈와 쟁점이 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정상 수급 개시 나이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바뀌는 만큼 법적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높이려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적 정년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 정책과제다.

배경으로 3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정년과 국민연금 수급 개시 나이차에서 오는 고령자층의 소득 공백 문제다. 연금 개시 시점이 2033년 65세로 상향되면 소득 공백은 더 커진다. 둘째는 고령자층의 심각한 빈곤 문제다. 부끄럽게도 선진국에 진입한 2022년 기준 우리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 수준이고, 노인자살률도 줄곧 1위다. 셋째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노동력 부족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데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년연장의 혜택과 비용을 두고 주요 사회행위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는 점이다. 당장 정년을 65세로 상향할 경우 청년층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영향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고 노동시장 진입과 승진이 늦어질 것을 걱정한다. 기업들은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임금체계 개편 및 인력 관리, 이에 따른 노사 관계 갈등을 우려한다. 그러나 정년연장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미래를 위해 건너야 할 강이라면 정면 돌파하는 방법 외에는 수가 없다. 따라서 정년연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독일과 일본 등 외국의 정년연장 경험에 비춰 볼 때 정년연장은 청년층 일자리에 일시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자리 직종 전환 및 제도 설계에 따라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컨대 여력이 있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 의무와 고용할당제 도입, 인센티브제와 직무 재설계, 인공지능(AI) 교육훈련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정년연장과 방안을 두고 예상되는 고령자층의 임금 유지와 임금피크제 확대를 둘러싼 노사 갈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정년연장에 따른 기업의 인건비 부담 완화와 임금체계 및 구조 개편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업도 단기적 경영 수익성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업 성장과 인력 수요 전망에 기초해 임금구조 설계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도 정년연장이 가져올 산업·업종별 영향과 차이점을 고려해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 및 업종별 정확한 인력수급 계획 및 전망에 기초해 노동력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일부 산업 및 업종의 경우 고령층 정년연장에 따른 업무 전환 및 재배치로 생산성 저하와 산업 안전 및 위험에도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도 정년연장에 따른 조직 노동자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조직 플랫폼·여성·비정규직·청년 노동에 대한 이해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는 중소기업의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택하고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체와 원하청 경제구조 개혁을 정부와 기업에 요구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를 지금의 대기업 35~65% 수준에서 80~90% 수준까지 높인다면 청년층도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요컨대 정년연장은 미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국가의 대계 차원에서 사회 주요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양보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정년연장을 둘러싼 부작용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정한 사회적 대화가 절실한 이유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