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넣어 봐야 안되고 차라리 영끌”… 청약통장, 3년새 225만개 깼다

입력 2025-11-09 18:59 수정 2025-11-10 00:05
‘청약무용론’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634만9934명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6월 대비 3년3개월간 224만9345명이 줄었다. 9일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부착된 ‘주택청약 종합저축’ 안내문 옆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치솟은 분양가와 높아지는 청약 당첨 커트라인 탓에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사람이 줄면서다. 대출 여력이 있는 30대를 중심으로 오래 기다려야 하는 청약 대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택하는 경우가 최근 급격히 늘었다. 6·27 대책 이후 추가 규제가 거론되던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매수는 30대가 가장 많이 했다. 4년 만에 최고치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다고 해도 서울 중심의 부동산시장이 이어지는 한 ‘청약무용론’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부금·청약예금 포함) 가입자는 2634만9934명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치다. 지난 1월 2644만1690명이던 청약통장 가입자가 8개월 새 9만1756명 줄었다. 2022년 6월 대비 지난 9월까지 3년3개월간 224만9345명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9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36.7%)은 청약무용론이 부동산시장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6796건 가운데 30대가 2493건을 매수했다. 30대 매수 비중으로는 2021년 9월(38.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대출 여력이 있는 30대를 중심으로 패닉바잉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월 결혼한 직장인 이모(31)씨는 10년가량 든 청약통장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 청약 당첨이 된다 해도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청약 가점을 채우자니 오래 걸리고, 신생아 특별공급 등으로 당첨되더라도 현금을 모두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며 “청약만 바라보고 있다가 영영 내 집 마련을 못 하게 될까봐 매매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분양가 상승과 당첨 가점의 고점화로 청약 당첨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3.3㎡(평)당 전국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2021년 1303만원을 기록한 이후 1530만→1815만→2069만원으로 매년 올랐다. 분양가는 4년 만에 62.5% 급등했다. 올해는 지난 9월 기준 2118만원이었다.

청약 가점 커트라인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지난 8월 청약을 진행한 서울 송파구 잠실 르엘은 전용면적 74㎡에서 청약 만점(84점) 통장이 나왔다. 최저 가점은 74점으로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69점)보다도 높았다. 청약 가점 만점은 7인 이상 가족이 15년 이상 무주택으로 살아야 가능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결혼·출산 등으로 내 집 마련이 절실한 30대가 ‘조금이라도 가격이 낮을 때 빨리 사자’며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은 매년 오르고 대출 규제 탓에 중도금, 잔금 대출에 제한이 생긴다. 청약통장 해지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