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년 경영 전략의 밑그림을 짜는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운영개선(O/I)을 잘 해야 그 위에 AI를 쌓을 수 있다”며 O/I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경영 내실과 사업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계속해 추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곧 시행될 SK그룹 임원 인사에서도 비효율적 조직 축소와 대규모 임원 인력 감축이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8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서 열린 CEO 세미나 폐회식에서 O/I를 기반으로 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AI 시대 선제적 대응 기조를 재확인했다.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열린 세미나에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와 임원 60여명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례적으로 사흘 연속 세미나에 참여해 경영진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O/I는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며 “O/I를 하려면 회사와 사업의 프로세스(절차)를 잘 만드는 것보다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인 바탕 없이 AI 전환을 추진한다면 실패를 맞을 것”이라며 “지난 5~10년의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도메인 지식(본업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갖춰야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반복적으로 O/I를 입에 올리고 있다. SK그룹은 AI를 앞세워 ‘4차 퀀텀점프’를 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방만하게 운영되던 사업와 조직 효율화와 수익성 극대화가 필수적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비용 절감 측면을 넘어 모든 경영 활동 영역에 O/I를 접목해야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미나에선 AI 시대 사업 전략, AI 전환 방향성 등도 집중 논의됐다. CEO들은 향후 계열사별 AI 추진 성과와 과제 등도 공유·점검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며 “멤버사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파트너들과의 개방적 연대를 확대해 한국의 AI 생태계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당부했다.
SK그룹은 CEO 세미나 논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번 주부터 계열사별 임원 인사에 나설 계획이다. O/I 기조와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조직 슬림화 방침을 고려하면 올해도 임원 감축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 관계자는 “경영진들은 세미나에서 구조 재편을 통해 AI 시대에 맞게 비즈니스 코어(본질)를 변화시키는 데 공감했다”며 “O/I를 통해 재무구조 안정화를 넘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