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증가·대미 리스크… 1400원대 환율 굳히는 요인

입력 2025-11-09 19:03 수정 2025-11-09 19:59

이달 초 ‘달러 강세’는 소폭 진정됐지만 원·달러 환율은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인·기업의 늘어난 해외투자와 계속되는 대미 리스크가 1400원대 중반의 고환율을 ‘뉴노멀’로 고정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달러인덱스는 지난 7일 기준 99.55를 기록해 약 3개월 만에 100을 넘겼던 4일(100.18) 대비 0.6% 내렸다. 달러인덱스란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비교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로 통상 100보다 크면 달러 강세로 본다. 반면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고 1462.4원을 터치했다가 이튿날 오전 2시 1461.5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게티이미지뱅크

달러가 약해져도 환율이 좀처럼 내리지 않는 ‘괴리 현상’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건 지난해부터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달러인덱스를 감안한 원화 약세 수준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8일 107.0으로 지난해 12월 일별 관측치 중간값(98.7) 대비 7.7%나 내렸다. 하지만 실제 환율은 같은 기간 1436원에서 1438원으로 오히려 2원 올랐다. 원화 가치가 달러인덱스보다 더 하락했다는 뜻이다.

계속되는 달러화 유출이 구조적인 원화 약세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개인의 해외 증권투자와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가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기준 1조304억 달러로 집계돼 2023년 말 대비 27.9%, 2020년 대비 2.1배 늘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서학개미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해외 증권투자,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등으로 국내 달러 공급이 빠르게 외부로 재유출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도 원화 약세를 장기화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원화의 상대적 약세가 가장 크게 요동친 시점은 모두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4월 2일), 한·미 관세협상 잠정 합의(7월 31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10월 29일) 등 협상 관련 주요 이벤트였다.

협상이 타결됐지만 연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환율에 부담이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협상 타결 당시 “(타결이) 단기적인 안정 요인”이라면서도 “(대미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환율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