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 “항소 실익 없다” 일선은 “다툴 쟁점 있다”

입력 2025-11-09 18:42 수정 2025-11-10 00:02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펄럭이고 있다.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자 검찰 내부에서는 수뇌부 결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를 둘러싼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과 대검찰청 수뇌부의 판단은 피고인의 형량과 무죄로 선고된 법률 쟁점 사이에서 정반대로 엇갈렸다. 일선 현장에선 상급심의 추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이어졌지만 수뇌부는 “구형보다 중형이 선고돼 실익이 없다”며 항소를 불허했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공판팀은 항소 사유 검토 과정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에 대한 1심 재판부 양형이 검찰 구형보다 낮은 점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대장동 사건에서 일부 공소사실에 무죄가 선고됐고, 피해 금액이 정확히 산정되지 않았다는 판단도 깔렸다. 이는 일선뿐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가진 공통된 견해였다. 수사·공판팀은 검찰의 항소 포기 이후 입장문을 통해 “일부 사실 오인, 양형 부당에 대한 상급심의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중앙지검 및 대검 지휘부에 항소 예정 보고를 하는 등 내부 결재 절차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은 김씨와 정 회계사, 남 변호사에게 징역 8년과 징역 5년, 징역 4년을 각각 선고했다. 세 사람에 대한 검찰 구형은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10년, 징역 7년이었다. 재판부는 배임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대신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추징액 역시 민간사업자가 얻은 이익 7886억원 대부분에 대해 추징을 요구한 구형과 달리 재판부는 약 473억원의 추징만 결정했다. 항소를 통해 배임액을 특정한 뒤 특경가법상 배임죄도 인정받겠다는 게 일선의 판단이었다.

반면 대검 수뇌부의 판단은 달랐다. 대검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사 투자사업팀장이던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1심 양형을 바탕으로 항소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에 대해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재판부 결정은 이보다 1년씩 많은 징역 8년과 징역 6년이었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항소 포기를 통보하며 이런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나머지 주요 피고인들도 초과 달성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충분한 형량이 선고됐는데, 이런 경우에는 항소하지 않는 것이 관행에 맞는다”고 말했다.

대검 예규인 ‘검사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은 구형의 2분의 1 미만이 선고된 경우 항소하도록 기준을 두고 있다. 다만 지침은 일부 무죄가 선고돼도 항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 만큼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나온 대장동 사안은 항소하는 것이 맞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배임죄 폐지 논의가 대검 수뇌부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판결 확정 전에 배임죄가 최종적으로 폐지되면 피고인들의 배임 혐의는 면소 판결을 받게 된다.

박장군 박재현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