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한 만료 7분 전 “대장동 항소 불가”

입력 2025-11-09 18:58 수정 2025-11-09 23:58
사진=최현규 기자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 포기를 결정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항소 제기 필요성을 강조했던 수사·공판팀은 공개적으로 수뇌부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까지 사의를 표했다. 서울중앙지검과 협의한 결과라는 총장 직무대행 입장이 공개된 지 1시간 만에 정 지검장이 이를 반박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9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대장동 1심 선고 직후인 지난주 이진수 차관, 성상헌 검찰국장, 신동환 형사기획과장 등이 절차에 따라 항소 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성호 장관과 이 차관은 선고형량 기준 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 논의와는 별개로 대검으로부터 항소 포기로 최종 보고를 받았고, 각 기관의 권한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간 논의는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항소 포기 결정 직후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입장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항소를 준비했던 서울중앙지검 수사·공판팀은 7일 오후 2시20분이 돼서야 ‘항소 제기’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를 받았다. 그러나 이를 보고받은 대검 반부패부는 항소 불허 취지로 이견을 제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재고를 요청하는 ‘핑퐁’이 밤늦게까지 지속됐다.

결국 항소 제기 시한 7분 전인 오후 11시53분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마저 항소 포기로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자정까지 법원 앞에서 대기하던 수사·공판팀은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에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주요 피고인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수 없게 됐다.

법무부는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7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에 벌어진 의견 대립 상황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 중이던 정 장관 등에게 전달됐지만 오후 11시쯤 ‘항소 포기로 결론났다’는 취지의 대검 보고를 받고 상황이 해소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후폭풍을 의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과 법무부 간부들은 항소 포기로 상황이 정리된 뒤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1시간 동안 ‘치맥 회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소 포기 직후 수사·공판팀이 이프로스에 수뇌부를 정면 비판하는 공개 입장문을 올리고 정 지검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자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이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이후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나 정 지검장은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검 지휘부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10일 오전 도어스태핑을 통해 입장을 내놓을 전망이다.

박재현 박장군 정현수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