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정대포’… 역할분담 했지만 “과하다” 시선

입력 2025-11-09 18:56 수정 2025-11-10 00:04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9일 경기도 용인 용인소방서 백암119 안전센터를 방문해 소방관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할분담은 했지만 ‘과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100일 행보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 각종 개혁 속도를 내며 정국을 주도했지만, 조급하고 무리한 시도로 대통령실과 불협화음을 드러내 불안감을 노출했다. 당내에서는 “이젠 여당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당대회에서 ‘강력한 개혁 당대표’와 당원주권 강화를 양대 기치로 내건 정 대표는 박찬대 의원과 접전을 예상하는 목소리를 비웃듯 시종 우위를 지키며 61.74%의 득표율로 낙승했다. 전광석화 같은 개혁 약속은 이미 현실화했다. 추석 전 3대 개혁(검찰·언론·사법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공약이 그렇다. 당 특위 차원의 사법·언론개혁 입법안도 공개됐다.

일각에서는 개혁의 결과물 자체를 ‘정청래 호(號)’의 성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중도·통합을 표방하며 집권한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 요구를 여당이 흡수해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역할분담론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개혁 전면에 나섰다간 자칫 역풍을 맞고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당이 그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혁 과정의 크고 작은 잡음을 더 주목하는 이도 많다. 검찰개혁 세부 각론, 재판중지법 추진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고개를 든 당·대 엇박자론이 대표적이다. 급기야 지난 3일에는 대통령실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넣지 않길 당부한다”고 공개 언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내에선 여당 언성이 지나치게 높으면 국정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거둘 때마다 당발(發) 뉴스가 이를 가린 장면도 많았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국민의힘이 집권당일 때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느냐”며 “당원 입장에선 잘하고 있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대통령에게 득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 정 대표의 최대 숙제다. 당 안팎에선 외연 확장을 신경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늦어도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결과가 나오는 내년 초에는 기조 전환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집토끼 전략만으로는 선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9일 관례적인 기자회견 대신 경기도 용인의 소방서와 유기견보호소를 찾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으로, 국정을 뒷받침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일 때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