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의사결정 과정 공개하라”… 들끓는 검찰

입력 2025-11-10 00:30
사진=최현규 기자

검찰 수뇌부의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 내에서는 수뇌부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이 알려진 8일부터 검찰 내에서는 수뇌부의 판단에 “이해할 수 없다” “참담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대장동 사건 수사 및 공판에 참여했던 대검 감찰1과 소속 김영철 검사는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대장동 민간업자들은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됐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에 대한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기회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대검 차장) 등 검찰 지휘부를 지목하며 “검사로서의 양심은 저버린 것이냐”고 비판했다. 공소유지를 담당했던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은 “대검은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 것인지 전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없다”며 “과연 실무를 책임지고 결정을 내린 검사에 대한 조금의 존중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통화에서 “이 사안은 현직 대통령과도 관계가 있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차원에서 더 신중하게 판단을 했어야 한다”며 “마치 검찰이 권력에 굴복해버린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

대검 지휘부의 판단에 법무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면서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대검에서 운영하는 ‘전국 검사장 단체대화방’에서 일부 현직 검사장들은 법무부 항소 포기 지시 여부 등 이번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행은 이날 입장문에서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했다”고 밝혔지만 어떤 의견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사태가 검찰 내 집단 반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 결정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검찰청 폐지 논의 때부터 검찰 입장 대변에 소극적이었던 지휘부를 향해 누적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검사장급인 박영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노 대행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검사로서 법치주의 정신을 허물고 정권에 부역해 검찰에 오욕의 역사를 만든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항소 포기 결정 직후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한 부장검사는 “대검의 지휘를 납득할 수 없었다면 정 지검장이 항소를 제기한 뒤 사의를 표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현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