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양강 쿠팡·네이버… “추격 벅차지만 균열 노린다”

입력 2025-11-10 00:41

쿠팡과 네이버가 3분기에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하며 이커머스시장의 ‘양강 구도’를 굳건히 다졌다. 높은 인지도와 탄탄한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각각 물류 인프라와 인공지능(AI) 서비스라는 강점을 살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흐름에 균열을 노리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G마켓·11번가 등 1세대 쇼핑 플랫폼들은 최근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면서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9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네이버는 3분기 높은 실적 성장세를 공개했다. 쿠팡은 지난 3분기 매출 12조8455억원, 영업이익 22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영업이익은 51.5% 뛰었다. 네이버는 3분기 매출 3조138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커머스 부문이 9855억원을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9% 오른 수치다. 두 기업 모두 성장세가 현저히 나타났다.

쿠팡과 네이버는 사업을 펼치는 양상이 다르다. 쿠팡은 직매입 중심이고 네이버는 오픈마켓이다.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지만 피 튀기는 경쟁 관계는 아닌 셈이다. 쿠팡은 공격적으로 전국에 물류망을 깔아 배송 효율을 높이고, 와우 멤버십으로 다수의 이용자를 일찌감치 확보한 전략이 3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쿠팡은 앞으로도 물류 인프라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직매입 계약을 브랜드 파트너사와 직접 체결하고 입점 판매자 카테고리도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쿠팡처럼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수익구조가 오픈마켓에 가깝다. 최근 스마트스토어를 재편하고 개인화 추천 등 AI를 활용해 이용자를 끌어당기는 모습이다. N배송을 통해 배송 편의성도 높인 점도 성장세에 한몫했다. 네이버는 내년 초 AI 쇼핑 에이전트 등을 도입해 업계에서 선도적 지위를 가져가고, 대형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해 더욱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커머스 공룡을 상대하기에 만만찮은 상황이지만 다른 기업들도 생존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G마켓은 중국 알리바바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완료하면서 차별화 기틀을 마련했다. 국내 시장에서 잔뼈가 굵고 셀러 기반이 탄탄한 G마켓, 가격 경쟁력과 자본력을 갖춘 알리가 손을 잡으면서 윈윈 효과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11번가는 최근 SK그룹 손자회사로 재편을 확정 지으며 매각 리스크를 해소했다. 연중 최대 행사인 ‘그랜드 11절’에서 흥행을 이어가면서 경영 집중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11번가는 디지털·가전 품목을 중심으로 온라인 최저가 수준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업력이 오래된 상품기획자들이 대형 제조사들로부터 상품을 좋은 가격에 유치할 수 있으므로 이 분야에서 강점이 뚜렷한 편이다. 공산품 위주로 공략하는 중국계 C커머스와도 차별화가 가능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양강구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규모를 키워 이들과 경쟁하기보다 각자의 장점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생존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