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 앞서가는 삼성전자… 애플, 경쟁사 구글에 SOS

입력 2025-11-10 00:28

‘인공지능(AI) 폰’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AI 후발주자’ 애플은 아이폰 음성비서 ‘시리’의 고도화를 위해 경쟁사인 구글에 ‘SOS’를 쳤다. 한 발 앞서있는 삼성전자는 내·외부의 기술력을 동원한 AI 고도화 등을 통해 애플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애플이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구글이 제작한 매개변수 1조2000억개 모델을 아이폰에 탑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매개변수는 AI 모델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수가 많을수록 더 복잡한 연산이 가능하다. 애플의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경우 매개변수 1500억개 모델을 사용 중이다. 애플은 자체 모델이 완성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구글 AI 기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애플이 ‘기술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굴욕까지 감수하면서 구글의 AI 모델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생성형 AI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AI 스마트폰 누적 출하량은 5억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초 삼성전자가 최초의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2년도 안 돼 달성한 수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AI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기업의 AI 스마트폰 제품은 전체 시장 출하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자체 AI 모델인 ‘가우스’와 제미나이를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활용하며 AI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다. 이에 비해 애플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별다른 AI 기능 없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리퀴드 글래스’만 전면에 내세웠다가 혹평에 시달렸다.

애플의 전략 선회에 맞서 삼성전자는 에이전트 AI 성능 강화로 격차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픈AI, 퍼플렉시티와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최원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지난 7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경쟁력이 있고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시장의 어떤 AI 챗봇에도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공개될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아이폰 17보다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약 6배 이상 높은 자체 모바일 앱 프로세서(AP) ‘엑시노스2600’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