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검찰총장’ 임명 없다는 대통령실… 윤석열 트라우마?

입력 2025-11-10 00:04 수정 2025-11-10 00:04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4개월 이상 공석인 검찰총장 인선을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0월 검찰이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되는 상황에서 시한부 총장을 두는 건 불합리하다고 본다. 그러나 ‘내 편’인줄 알았으나 상대당 소속 대통령까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트라우마, 검찰개혁에 대한 조직적 반발 등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총장이 비어 있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나 기소 기능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며 “몇 달 뒤 재편될 조직의 총장을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조직적 변화가 예고된 상태에서 인사만 서두르면 오히려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총장 자리는 심우정 전 총장 사퇴 이후 4개월째 공석이다.

그러나 검찰이 10개월 이상 처리해야 할 부패·민생 범죄가 엄연히 존재하고, 책임있는 검찰개혁 후속 논의를 위해선 총장 인선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애써 눈감고 있는 건 두 가지 이유로 보인다. 먼저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문제를 결론짓는 과정에서 검찰 입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총장을 정점으로 한 상명하복 문화 속 언제든 개혁에 반발하는 집단행동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윤 전 총장 발탁 후 벌어졌던 일련의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도 언급된다. 윤 전 총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자마자 수사에 착수했고, 추미애 후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영입됐다. 아무리 여권에 우호적인 인사를 검찰총장에 세우더라도 검찰 조직 논리 앞에선 무용지물이란 걸 여권이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다. 한 정부 고위 당국자는 “검찰을 장악하려는 게 아니라 아직 믿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총장 임명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검찰이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는 것도 대통령실에 부담이다. 다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서 그만둔 게 아니라 내부 의견 충돌 끝에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안다”며 “항명성 사의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압 의혹에 대해서도 다른 관계자는 “구형보다 형량이 높게 나왔고, 대통령이 강조한 ‘묻지마 항소 자제’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윤예솔 최승욱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