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시장 과열이 잠잠해졌으나, 인접 비규제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은 약 2년 만에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 다만 핵심지역이 광범위하게 규제지역으로 묶였기 때문에 풍선효과가 도미노처럼 퍼져나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3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서 경기도 구리 아파트값은 이전 주보다 0.52% 상승했다. 2020년 6월 넷째 주(0.62%) 이후 5년 4개월여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비규제지역인 구리는 10·15 대책 직전 상승률이 0.05%였으나 이후 0.10→0.18→0.52%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른 ‘3중 규제’(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로 상승세가 둔화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서울은 전주보다 0.19% 오르며 4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오름폭은 10·15 대책 이후 둔화(0.50→0.23→0.19%) 추세다.
규제를 비껴간 경기 화성, 용인 기흥, 수원 권선 등도 풍선효과 영향권이다. 동탄신도시가 있는 화성은 10·15 대책 직전인 10월 둘째 주(13일 기준) 0.03%였다. 하지만 대책 직후부터 0.00→0.13→0.26%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용인 기흥은 0.06→0.08→0.05→0.21%, 수원 권선은 0.00→0.04→0.08→0.13%로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풍선효과를 반영해 호가를 높이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이 같은 풍선효과가 수도권 전역으로 도미노처럼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돈은 규제가 없는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그동안 저평가됐던 지역으로 풍선효과는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심부보다 비싸질 순 없다. 온기가 도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의 범위는 정해져 있으므로 도미노처럼 번질 수 없다. 풍선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도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지역은 대부분 서울 및 강남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고 짚었다.
지방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방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1%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2023년 11월 둘째 주(0.02%) 이후 약 2년 만의 상승이다. 5대 광역시 중 울산(0.11%), 부산(0.03%), 광주(0.01%)가 상승했고, 세종(-0.09→0.00%), 전남(-0.04→0.00)은 보합 전환했다.
다만 지방의 구조적인 상승 전환 추세라고 볼 여지는 많지 않다. 지방에서도 지역마다 편차가 여전히 크고, 최근의 ‘에브리싱 랠리’(주식·부동산·가상화폐·원자재 등 모든 자산의 가치 상승)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온기가 도는 정도의 갭 메우기”(박원갑 수석전문위원) “지방은 너무 떨어지다 보니 조금 오른 수준”(이은형 연구위원)이라는 분석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