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기다리다 숨진 매몰자 시신 수습… 수색 작업 일시 중단

입력 2025-11-09 18:21
소방 구조대원들이 9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다 끝내 숨진 김모씨의 시신을 수습한 뒤 도열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6일 구조물에 팔이 낀 채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구조대원들에게 발견됐다. 의료진은 김씨에게 진통제를 투여하고 담요를 덮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했고, 구조대는 바닥의 흙과 자갈을 파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을 쏟았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현장에서 생존해 구조를 기다리다가 끝내 숨진 40대 매몰자의 시신이 수습됐다.

소방 당국은 9일 오전 11시5분쯤 사고 현장 잔해에서 사고 발생 93시간 만에 숨진 상태인 매몰자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구조대원 17명을 투입해 내부 수색작업을 벌였다.

수습된 시신은 구조물에 팔에 낀 채 구조를 기다리다가 지난 7일 새벽 숨진 김모(44)씨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2시2분 보일러타워가 무너진 뒤 약 1시간20분 만에 구조물에 팔이 낀 채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구조대원들에게 발견됐다. 의료진은 김씨에게 진통제를 투여하고 담요를 덮어 체온을 유지하도록 했고 구조대는 구조물 제거가 여의치 않자 바닥의 흙과 자갈을 파는 방법까지 동원하는 등 총력을 쏟았다. 하지만 김씨는 7일 오전 4시3분쯤 움직임이 갑자기 멈췄고 의료지원을 하던 의사는 53분 뒤 사망 판정을 내렸다.

구조대원들은 김씨의 시신을 수습한 직후 거수경례를 하며 구조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재까지 사고 현장에서 빠져나오거나 수습된 근로자는 생존 2명, 사망 3명 등 5명이다. 사망 추정 2명, 위치 미확인 2명 등 총 4명은 구조물 잔해 속에 남아 있다. 소방 당국은 이날 김씨 시신 수습을 끝으로 직접 투입되는 수색작업을 일시 중단키로 했다. 업체에서 보일러타워 6호기 취약화 작업을 시작함에 따라 이뤄진 조치다. 다만 무인기(드론)로 카메라 수색은 계속하기로 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담수사반을 꾸리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울산경찰청은 형사기동대를 중심으로 70명 규모의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부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도 공공수사 전담부서(형사5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전담수사팀을 구성했고 고용노동부도 감독관 20명 정도로 전담팀을 구성,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중심으로 관계기관과 협조해 철거 과정의 안전관리 체계, 위험성 평가 이행 여부, 행정적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까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철거공사 입찰이나 도급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 다각도로 살펴볼 예정이다. 폭파에 의한 해제공법이 적절했는지, 공사 수주 및 도급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에 수사가 집중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

특히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됐는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이번 사고는 전체 63m 높이 보일러타워 중 25m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 작업 중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사전 취약화 작업은 최상층부터 하고, 상층 부재의 내장재 철거나 취약화 작업이 완료되기 전에는 아래층 주요 지지 부재를 절단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