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가 중도 우파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 신임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미국과 17년 만에 대사급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CNN에 따르면 파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대사급 외교 관계 복원을 위한 양국의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볼리비아는 좌파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집권기인 2008년 내정 간섭을 이유로 자국 주재 미국 대사와 미 마약단속국(DEA) 직원들을 추방하고, 미국도 볼리비아 대사를 맞추방한 이후 외교 관계를 복원하지 못했다.
파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목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관계 회복”이라며 “볼리비아는 이념적 독단주의로 고립됐지만 이제는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이라는 틀 안에서 모든 외교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 랜도 부장관은 “양국 수도에 대사가 없는 상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며 “조만간 대사 임명을 발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양국이 무역투자협의회 재가동과 항공자유화협정 체결, 70만 달러(약 10억2000만원) 규모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검사장비 지원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볼리비아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운영 허가, 미국인 관광객 비자 완화, 미 평화봉사단 자원봉사자 재도입 추진 등을 약속했다고 미 국무부는 덧붙였다.
파스 대통령은 1989~1993년 재임한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대통령의 아들로, 볼리비아 남부 타리하 시장과 상원의원을 거쳤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우리가 받은 것은 왕좌가 아니라 임무”라며 “우리가 물려받은 나라는 파산 상태지만 국민을 위한 새로운 봉사의 시간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정부 부처 축소와 권한 분산, 민간 성장 촉진, 사회복지 프로그램 유지를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공개적인 지지 속에서 최근 총선을 우파 여당의 승리로 이끈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정권을 지원해 남미 우파 세력의 결속을 시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경제지 암비토는 이날 “아르헨티나와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 무관세 쿼터 및 육류 우대 수출 물량 확대를 포함한 통상 패키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교역국의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는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