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관세·안보 협의 ‘조인트 팩트시트’ 발표 지연 배경으로 미 행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거론되고 있다. 미 행정부 내부 조율에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리는 데다 우리 정부와의 협의도 정상 절차를 거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어서다. 이 여파로 “대만에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발표된 반도체 품목관세,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문제가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정부 소식통은 “미국과 실무 협의를 가동해야 하는데 미 행정부의 셧다운 여파가 작용하는 것 같다”며 “한·미 합의 내용에 이견을 보이는 미 행정 부처 간 조율, 팩트시트 발표 이후 구체적인 사항을 만들어가야 할 실무진 협의에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셧다운 이후 조지아 사태를 계기로 마련된 양국의 비자 워킹 그룹도 화상 회의로 전환됐고, 다음 회의 일정도 아직 예상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팩트시트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우선 반도체 관세다. 정부 발표와 달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반도체를 포함한 EU 상품 최대 관세율이 15%를 넘지 않도록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냈다. ‘최대 15%’라는 문구를 넣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이 때문에 모호한 표현 대신 EU 수준의 합의가 이번 팩트시트에 담겨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핵잠수함 문제는 건조, 연료 확보 방식처럼 민감한 사안까지 담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핵잠수함 확보를 위해 양국이 협력한다’는 식의 원론적 형태만 담길 수도 있다. 이 경우 내년부터 양국은 구체적인 논의를 실무 차원에서 이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셧다운이 장기화할 경우 핵잠수함 후속 논의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비확산을 맡은 에너지부, 민감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상무부 등과 종합적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미국의 행정 기능은 최소 수준으로 축소된 상태다.
정부 내에서도 팩트시트 발표 시기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지난 7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기를) 특정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팩트시트가) 곧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핵잠수함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최예슬 송태화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