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포스트 트럼프 찾아라’… 흙수저 신화 밴스 부각

입력 2025-11-09 18:49 수정 2025-11-09 18:51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힐튼호텔에서 해병대 창설을 기념해 열린 ‘해병대 무도회’에 참석,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차기 대선을 3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한 ‘후계자’로 다시 거론됐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지난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승리까지 내주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불만이 커진 신호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사석에서 측근들에게 “밴스 부통령이 차기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한 폴리티코는 루비오 장관의 이런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일부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 ‘포스트 트럼프’ 승계 구도를 준비하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아시아 첫 순방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3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도전 의사를 드러내면서도 “우리에게 매우 좋은 사람들이 있다”며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을 차기 대통령 후보감으로 거론한 바 있다.

밴스 부통령도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에선 2028년 대선 출마에 대해 “시기상조”라면서도 “부통령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이후 다른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생각할 문제”라며 여지를 남겼다.

밴스 부통령은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와 ‘힐빌리’(가난한 백인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마약중독자 모친의 학대와 가난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지낸 그는 해병대에 지원해 학비를 벌어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법조인을 거쳐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로 활동했다. 이후 상원의원을 거쳐 부통령에 이르기까지 ‘흙수저 신화’를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의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밴스 부통령과 루비오 장관의 관계는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의원 시절 루비오 장관과 밴스 부통령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영화 이야기부터 국방 문제에 관한 토론까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연을 이어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악관과 가까운 소식통은 폴리티코에 “밴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 루비오 장관이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나서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