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와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인플루언서 닉 푸엔테스(27·사진)를 둘러싸고 미국 보수 진영이 분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9월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가 총격으로 사망한 뒤 푸엔테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보수 진영 내 논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푸엔테스는 “흑인 밀집 거주지역에 군대를 투입하자”거나 나치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에게 경의를 표하는 극우주의 행보로 미국 보수 진영 안에서도 비판을 불러온 인물이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푸엔테스는 4년여 전 혐오 발언 정책 위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소셜미디어에서 퇴출당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은 여전히 정지 상태다. 하지만 엑스에서는 지난해 5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푸엔테스의 계정을 복구하면서 극우 성향 팔로어가 대거 몰려들었다. 푸엔테스는 엑스에서 팔로어 100만명 이상을 거느리고 있다.
푸엔테스는 기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주류 세력과 다르게 반이스라엘 노선을 표방하며 ‘조직화된 유대인 세력이 백인을 말살하려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왔다. 지난 3월 팟캐스트에선 “유대인들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여자들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흑인은 대부분 감옥에 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백인 남성)는 천국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5년간 미국 청년 우파 주류 세력을 이끈 커크도 푸엔테스와 비교하면 온건한 편에 속한다. 이런 커크에게 만족하지 못한 우파 청년층 사이에서 푸엔테스는 지지 기반을 넓혔다.
푸엔테스는 지난달 27일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보수 논객 터커 칼슨의 팟캐스트에 출연했는데, 이 영상 조회수가 500만회를 넘기면서 최근 보수 진영 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푸엔테스는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유대계 보수 논객인 데이브 루빈과 벤 샤피로 등을 비판하며 “이들이 이라크 전쟁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샤피로는 푸엔테스를 출연시킨 칼슨을 향해 “쓰레기 같은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겁쟁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히틀러에 대한 존경심을 여러 차례 표한 푸엔테스의 과거 행보를 지적하며 “스스로 나치라고 부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보수 논객 브렛 쿠퍼가 크루즈 의원을 겨냥해 “보수 민심이 빠르게 바뀌고 푸엔테스가 전국적 주목받자 화가 나 분노를 보이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케빈 로버츠 회장은 칼슨을 향한 비판 여론에 “세계주의자 계급”이라고 비난했다. 로버츠는 이 발언으로 역풍이 일자 “푸엔테스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다”면서도 “그 악인(푸엔테스)이 수백만명의 청중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푸엔테스가 보수 운동의 미래를 둘러싼 온라인 전쟁의 중심이자 내분의 상징이 됐다”고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