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거품론’이 재점화되며 국내외 주요 AI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의 성장 가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특정 기업에 집중된 독점적 시장 구조와 보안 취약성 문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뉴욕 주식 시장에서 AI 관련 대표 종목 8개의 시가총액이 약 8000억 달러(약 1160조원) 감소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 오라클 팔란티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브로드컴 알파벳 아마존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도 외국인 순매도액이 7조264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발 AI 거품론의 여파로 전 세계 주가가 휘청인 것이다.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AI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관련 산업이 고평가됐다는 거품론도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주요 AI 기업들이 막대한 초기 투자비를 쏟아 붓는 데 반해 뚜렷한 수익 모델을 구축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오픈AI와 엔비디아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계약 역시 순환 투자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기업의 독점 구조와 보안 취약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글로벌 AI 생태계는 크게 AI 기술 개발, 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의 축으로 구분된다.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오픈AI의 챗GPT(81.4%)가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용 GPU 시장은 엔비디아(92%), 파운드리 시장은 TSMC(71%)가 장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진화는 우리 생활에 완전한 변화를 가져올 혁신적인 기술”이라면서도 “특정 기업을 필두로 한 독점 구조가 더욱 심화한다면 결국 개별 기업의 보안 리스크, 네트워크 불안정성 등에 따라 시장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AI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플레이어’의 다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AI 기술의 보안 취약성도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AI 에이전트, AI 웹브라우저 등 사용자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AI 서비스가 늘어나는 만큼 보안 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MS 보안 대응팀은 오픈AI의 어시스턴트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악용해 원격 명령과 제어를 수행하는 신종 백도어 악성코드 ‘세서미옵’을 발견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해커들은 수개월간 클라우드 서비스 트래픽 속에 숨어 감염된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원태 국민대 정보보호·AI정책 특임교수는 “AI는 사이버 공격자에게 위협을 증폭하는 도구가 되지만 방어자에게는 새로운 보호 수단이 된다”며 “국제·국가·산업·조직 등 여러 층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공 민간 파트너십 구축과 AI 보안 인증제 도입 및 AI 취약점 정보공유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