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재 수출입 비중 높은 한국… “무역 분쟁 때 더 큰 타격”

입력 2025-11-10 00:23

한국의 전체 수출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주요 7개국(G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재는 사업체의 가공 생산품 생산 과정에 투입되는 재화를 의미하며 소비자에 판매되는 최종재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대표 사례다. 다만 중간재 교역 비중이 높은 특성 때문에 한국 경제가 최근의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미·중 갈등 같은 무역 분쟁에 더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9일 공개한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입 집중도 국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과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7.6%, 50.5%로 집계됐다. 수출·수입에서 중간재 비중이 모두 G7 회원국을 웃도는 수준이다. 경총은 “한국이 소재·부품 등을 수입해 반도체·이차전지·석유제품 같은 중간재로 가공 후 수출하는 산업에 특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의 수출 상위 3개 품목은 메모리 반도체(720억 달러), 중앙처리장치(CPU) 등 프로세서와 컨트롤러(359억 달러), 경유·등유 등 석유제품(347억 달러)으로 모두 중간재였다. 전체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7.6%로 최종재(31.4%)의 배가 넘었다.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의약품·자동차, 항공기 등 최종재를, 미국과 캐나다가 석유 등 1차산품을 수출 주력으로 삼는 것과는 대비된다.

한국은 수입에서 중간재 비중도 50.5%로 최종재(27.2%)와 1차산품(22.3%)을 합한 것보다 많았다. 품목별로는 프로세서와 컨트롤러(324억 달러), 천연가스(293억 달러), 메모리 반도체(199억 달러)로 주로 반도체 관련 품목이거나 자원이었다. ‘반도체 강국’이면서 ‘자원 빈국’의 현실이 고스란히 수출입 구조에 반영된 것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높은 중간재 교역 의존 구조는 다른 국가의 소재·부품 수출 통제나 제3국의 무역 분쟁 발생 시 생산 차질을 겪을 위험이 더 크다”며 “수출시장·수입선 다변화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