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셧다운 40일째 공회전… 트럼프 “필리버스터 폐지” 압박

입력 2025-11-09 18:27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로 수천편의 항공편이 결항·지연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플로리다주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이 9일(현지시간)부로 40일째에 돌입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은 핵심 쟁점인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놓고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격앙된 어조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이 셧다운 문제로 개처럼 와해되고 있다. 내가 공화당과 함께 필리버스터 종료에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공화당은 반드시 필리버스터를 박살 내고 수백개의 숙원 정책을 통과시켜야 한다. 오직 패배자만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셧다운을 끝내기 위해서는 임시예산안이 상원에서 처리돼야 한다. 상원 통과를 위해서는 60표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공화당이 확보한 의석 수는 53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규칙 변경을 통해 의결정족수를 60표에서 과반(51표)으로 낮추는 ‘핵 옵션’을 가동하라고 공화당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공화당은 상원의 오랜 협치 문화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핵 옵션 가동에 소극적이다.

지난달 1일 셧다운 돌입 이후 필리버스터를 걸어 놓은 민주당은 건강보험 오바마케어의 보조금 지급 기간을 1년 연장할 경우 임시예산안 처리에 동의하겠다는 의사를 공화당에 제안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국민이 직접 보험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여전히 강경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나는 오바마케어라는 형편없는 의료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돈만 빨아들이는 보험회사들에 지급되는 수천억 달러를 국민에게 직접 지급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스스로 구매하도록 하고, 돈도 남기자고 공화당 의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드스탬프’로 불리는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은 셧다운 장기화에 이어 법원의 엇갈린 판단으로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셧다운을 이유로 11월 SNAP의 전액 지급이 어렵다며 90억 달러의 예산 가운데 약 46억 달러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로드아일랜드주 연방법원은 농무부의 별도 예산을 활용해서라도 SNAP을 전액 지급하라고 명령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지난 7일 이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뉴욕과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등 일부 주 정부들이 결정했던 SNAP 전액 지급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해외 주둔 미군기지 직원들도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셧다운 여파로 유럽 내 미군기지에서 6주 전부터 수천명의 직원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선 미군기지 5곳에 있는 노동자 4600명 가운데 2000여명이 지난달 급여를 받지 못했다. 독일 정부는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자국민 직원 1만1000명의 급여를 미국 대신 지급하기로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