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의 외로움을 위로하고 때론 연인이 되는 현실 속에서 ‘인간다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신학자들은 “기술이 만든 신화가 아니라 관계와 영성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 강성영)는 8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총장 황덕형)에서 제54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사진). ‘AI와 기술시대의 영성’이란 주제로 열린 행사는 기술문명이 인간의식과 신앙, 영성에 미치는 영향을 신학적으로 성찰하기 위한 자리였다. AI에 관심을 둔 현직 목회자를 비롯해 교수 학생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윤철호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AI는 인간을 흉내 낼 수는 있어도 생명과 역사, 몸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내면 세계는 갖지 못한다”며 “AI 연구의 목적은 인간 대체가 아니라 인간성의 재발견”이라고 말했다. 박욱주 연세대 교수는 “기술은 인간 능력을 확장할 수는 있지만, 인간됨의 본질은 관계와 책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데이터교는 알고리즘으로 구원을 말하지만, 기독교 종말론은 하나님의 개입과 회복의 이야기”라며 “기술 시대의 신학은 인간의 한계를 자각하고 영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부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