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에 혹… 달걀만큼 커지고 살 빠졌다면 암 의심

입력 2025-11-11 00:09
한양대병원 배근형 교수가 왼쪽 팔에 육종 제거 수술을 받은 80대 환자의 수술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매년 10만명 당 2.5명 발생
육종 환자 절반 10㎝ 이상 종괴
크게 자랄 때까지 통증 거의 없어
건드리면 위험… 검진·치료받아야

팔이나 다리 또는 등에 혹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은 큰 해가 없는 양성 종양일 수 있지만 덩어리(종괴)가 몇 달에 걸쳐 지속적으로 커지고 체중 감소가 따른다면 ‘연부 조직 육종’이라는 암일 수 있어 경각심이 필요하다. 연부 조직은 근육이나 힘줄, 섬유 조직, 지방 조직, 혈관, 신경 등 인체를 구성하는 여러 구조물과 기관들을 연결하는 부위다.

다리에 혹처럼 튀어나온 연부 조직 종양.

배근형 한양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10일 “혹이 수개월간 계속 자라거나 5㎝ 이상 달걀 만하게 커진다면 꼭 전문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것이 적절한 시기에 진단 및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팔·다리 등 사지에 종괴가 생기는 경우 쉽게 눈에 띌 수 있으나 등이나 복부 같은 몸통, 내장에 생기면 인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종양이 크게 자랄 때까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배 교수는 “몸에 혹이 있을 경우 섣불리 건드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침을 맞거나 주사로 찌르거나 강하게 문지르거나 마사지하는 행위는 만약 악성 종양일 경우 암세포를 주변으로 퍼뜨릴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배 교수에게 연부 조직 종양과 육종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육종이란 암이 생소하다.

“연부 조직 육종은 비교적 드문 암종으로 매년 발생하는 전체 암의 1% 미만이다. 2019년 연구에 의하면 매년 10만명당 2.5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1000명 가까이 발생한다. 육종은 종양이 기원한 조직 종류에 따라 60여가지로 세분화된다. 인체의 거의 모든 부위에 생긴다. 절반 가까이는 팔·다리 같은 사지, 40% 정도는 내장 및 복강, 10%는 가슴과 등 같은 몸통에 발생한다.”

-양성 종양과 어떤 차이가 있나.

“양성 종양은 오랜 시간 지나도 크기가 안정적일 때가 많다. 커지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추거나 10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경우들도 있다. 악성 종양인 육종은 지속적으로 자란다. 감자만 하다가 호박만해져 찾아오기도 한다. 육종 환자의 약 절반은 10㎝ 이상 큰 종괴가 형성된다. 악성 종양은 몸의 다른 부분으로 퍼져나가는 전이가 있는 게 양성과 다르다.”

-주로 어떤 증상으로 병원에 오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종괴가 수주 혹은 수개월간 점차 커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연부 조직 종양들은 양성이든 악성이든 크게 자랄 때까지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신경에서 기원한 ‘신경 초종’이나 신경-혈관 근처에서 자라 이를 압박할 경우 크게 자라기도 전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몸에 종괴가 만져진다고 해서 반드시 육종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양성 종양의 빈도가 육종보다 10~100배 더 많고 물혹이나 염증 같은 다른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을 듯한데.

“육종을 다른 질환으로 잘못 알고 오거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상 이후 발생하는 피멍(혈종)이나 봉와직염(급성 세균 감염증), 단순 지방종, 물혹으로 오인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외과나 피부과로 가기도 한다. 정형외과에서도 이들을 단순하게 보고 잘못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배 교수는 “대부분의 연부 조직 종양은 양성이지만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크기가 계속 커지거나 5㎝보다 크거나 체내 깊은 조직에 위치해 있거나 통증·압통이 있을 경우 육종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검사를 권고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모든 연부 조직 종양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양성 종양이라도 미용상 문제 되거나 불편감, 통증이 있거나 악성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절제 생검’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양성 종양은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이 적으나 주위 조직을 침범하는 일부 유형은 높은 재발률을 보이기도 한다. 육종은 암이기 때문에 수술적 절제가 기본이다. 수술은 보통의 암처럼 1~3기 환자들에게 시행한다. 눈에 보이는 종양을 포함해 주변의 2~3㎝ 정상 조직까지 붙여서 절제하는 게 중요하다. 암이 미세하게 주변으로 퍼져 있다고 가정해서다. 이런 광범위 절제술을 하면 연부 조직 손실이 와서 추가 재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 후에도 주변에 종양이 남아 있거나 절제 범위가 충분치 않거나 육종 크기가 너무 크면 항암·방사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보통 전이가 없으면 육종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80%, 전이됐을 경우 20% 이하로 보고된다.”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최근 국내 논문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육종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보고됐다. 만성 염증, 방사선 노출 등도 위험 인자다. 육종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여러 유전·환경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가 중요하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