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다문화 가정 지원으로 시작한 프래밀리는 2017년 사단법인을 설립, 주말 대안학교 ‘위캔스쿨’과 그룹홈 ‘마음쉼터’, 사회적협동조합 ‘더누림’ 등을 운영하며 이주민 가정의 자립과 정서 회복을 돕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천장산 전망대, 돌뫼어린이공원, 성북정보도서관 등을 잇는 3㎞ 순환 코스를 완주하고 메달과 간식을 받았다.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가족은 달리는 대신 도서관에서 독서와 놀이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선 완주 여부가 아닌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이다.
정종원 목사는 출발 전 “이 행사는 경쟁이 아닌 ‘함께 누림’의 시간”이라며 “우리 모두 인생의 나그네로 이 땅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서로의 걸음을 맞추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메이커는 옆에서 속도를 맞춰주며 걸음을 잃지 않게 돕는 사람이다. 다문화 청소년과 미등록 이주민 아이들에게 그런 동행자가 필요하다”면서 “달리기를 통해 나보다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추고 뒤처진 이를 기다리는 것이 바로 복음의 삶”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함께 한 다문화 가정 참가자들은 연대의 힘을 경험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조선족 출신 한부모 가정인 임금옥(56)씨는 “8년 전 동포의 소개로 플래밀리를 알게 됐다. 고된 일로 허리와 팔이 아파 아이와 놀아주기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뛰고 웃으며 지낸다”면서 “다른 한부모 가정과도 서로 힘이 되어주며 나 혼자 해줄 수 없는 부분을 이곳에서 채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프래밀리에서 자원봉사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이날 현장 안내요원으로 참여한 임씨 아들 황현우(13)군은 “산을 오르며 협력하는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기부런에는 예수비전교회와 광천교회(김현중 목사) 청년, 여러 교회의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했다. 이들의 참가비 4만원은 전액 다문화 한부모 가정과 미등록 청소년 지원에 쓰인다. 김성은 사모는 “처음엔 아이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 프로그램이 함께 달리며 나누는 기부런 문화로 발전했다”면서 “이주민과 한국인이 한 코스를 달린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다. 이 행사를 통해 ‘우리’라는 감각이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엔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가 걸려 있었다. 정 목사는 “이 한 문장이 프래밀리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라며 “아이들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