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달밤과 찹쌀떡

입력 2025-11-10 00:33

밤 8시쯤 여섯 살 아이를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하는데, 창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 마음에 창문을 열자 캄캄한 어둠을 뚫고 또렷하고 우렁찬 소리가 들렸다. “찹쌀떡~.”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 가만히 귀 기울이자 또 들렸다. “찹쌀~~떡~.” 요즘에도 밤길을 다니며 찹쌀떡을 파는 분이 있구나 싶어 신기해하고 있는데 같이 듣던 아이가 창밖으로 얼굴을 두리번거리더니 “찹쌀떡~~!” 하며 따라 외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더니 왜 찹쌀떡이라고 하냐고 물어봐 찹쌀떡 장수가 지나가고 있다고 알려줬다.

늘 궁금했다. 한밤에 ‘찹쌀~ 떡~’ 소리를 듣고,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 찹쌀떡을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또 걱정했다. 만약 찹쌀떡을 사러 나갔을 때 너무 멀리 가버려 찹쌀떡도 못 사고 밤길에 덜렁 놓이면 어쩌지. 그 생각을 잠깐 하다가 아이가 계속 찹쌀떡 노래를 부르기에 잠바만 대충 입히며 말했다. “아저씨 가시기 전에 얼른 나가보자!” 우리는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밖으로 나와 보니 아저씨는 보이지 않고 소리도 너무 멀어져 희미하게 들렸다. 아이가 “이제 어떻게 해? 아저씨 가셨나 봐” 하기에 소리가 어느 쪽에서 나는지 가만히 들어보자고 했다. 한밤의 고요 덕에 멀리서 들리는 소리의 방향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저쪽이다! 아이는 뛰었다.

성큼성큼 걷는 찹쌀떡 장수를 향해 아이는 뛰면서 소리쳤다. “우리 찹쌀떡 살 거예요!” 화려한 줄 전구를 감은 가방에서 찹쌀떡을 꺼내주는 찹쌀떡 장수와의 만남이 나도 처음이었다. 찹쌀떡을 네 팩이나 샀다.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길에 어쩐 일인지 웃음이 났다. 태어나 처음 해본 일이고, 추억을 경험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찹쌀떡은 맛있으니까.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 떠 있었다. 환한 찹쌀떡 같았다. 큰일이 아닐지라도, 시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결심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을 일을 하게 한다.

안미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