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업지원TF를 이끌며 ‘삼성 2인자’로 불렸던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 해체 후 임시 조직으로 출범한 사업지원TF는 정식 사업지원실로 개편됐다. 이로써 삼성전자가 국정농단 사태 이후 8년간 이어져온 비상체제를 완전히 끝내고 재도약을 위한 조직·인적 쇄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사업지원TF 사장단과 임원의 위촉업무 변경에 관한 인사를 발표했다. 정 부회장은 사업지원TF장에서 삼성전자 회장 보좌역으로 업무가 변경됐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 실적이 개선되는 등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 시점을 맞아 후진 양성을 위해 스스로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을 떠났다가 같은 해 11월 사업지원TF장으로 삼성전자에 복귀해 그룹 내 최고 실세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임시 조직 형태로 운영됐던 사업지원TF는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변경됐다. 신임 실장은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이 맡는다. 최윤호 경영진단실장(사장)은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주창훈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경영진단팀장으로, 문희동 사업지원TF 부사장은 사업지원실 피플팀장으로 발령났다. 전략·경영진단·피플 3개 팀으로 개편된 사업지원실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지원TF는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된 미래전략실을 대체하기 위해 설립된 일종의 비상 조직이었다. 미래전략실이 과도한 권한 집중, 불투명한 의사 결정으로 비판 받았던 만큼 관계사 사업 조율 및 현안 대응으로 역할이 제한됐다.
삼성전자 측은 사업지원실 개편이 “컨트롤타워의 부활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랜 기간 TF로 돼 있던 조직을 안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사업지원실은 3개 팀으로 구성된 조직으로 과거 홍보·법무 등 6~7개 팀을 두고 있던 미전실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선 사업지원실이 미래 사업과 투자, 인사 등 핵심 의사결정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삼성은 이날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포럼을 열고 지난 12년간 진행한 미래기술육성 사업 성과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이 2013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민간 주도 기초과학 연구지원 공익 사업이다. 삼성은 12년간 총 1조5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누적 880개의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1조141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