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산업현장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철거 중이던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5명(추정 포함)이 숨지고 2명이 매몰됐다. 안전이 무너지고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산업현장의 비극,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주재한 나라에서 언제까지 이런 일이 반복돼야 하는가.
현장의 구조 상황은 열악하다. 추가 붕괴 위험 때문이다. 구조의 골든타임은 72시간이다. 관계 당국은 위험을 최소화하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매몰자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사고는 가동을 마친 노후 설비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한국동서발전이 발주한 공사에서 HJ중공업이 시행을 맡고, 하도급 업체가 철거하던 중 붕괴됐다. 구조 안전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해체 계획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타워가 넘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와이어로 지탱하거나 받침 장치를 설치했는지가 관건이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다 필수 절차를 생략했다면 명백한 인재다. 현행 건축물관리법상 해체 계획서 제출이 의무지만, 이번 구조물이 ‘공작물’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 허가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도 허점이다. 제도의 사각이 결국 인명을 앗아갔다.
이 비극은 결코 단발적 사고가 아니다. 올해 안성 고속도로 교량 상판과 신안산선 터널 공사 현장에서도 붕괴가 잇따랐다. 4년 전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도 철거 건물이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했다. 부실한 해체 계획, 무리한 공정 단축, 하청과 재하청 구조 속 인력·예산 축소 등이 반복된 원인이다. 현장의 체계적 안전 관리 대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과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는 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참사는 계속될 것이다.
한국 건설산업은 세계시장에서 ‘K건설’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기술과 숙련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전히 ‘산재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589명 중 절반 가까이가 건설업 종사자였다. 정부가 중대재해 반복 기업에 영업정지와 등록 말소까지 검토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놨지만, 법과 제재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하청구조의 왜곡을 바로잡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처벌도 효과가 없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당국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