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고 전세자금대출이 줄었는데도 가계대출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이 급증한 결과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신용대출과 P2P 대출에서 나온 자금 일부는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10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66조3718억원으로 한 달 새 2조2769억원 증가했다. 지난 9월 증감액(1조1964억원)의 두 배다. 최근 감소 추세였던 가계대출 잔액이 반등한 것은 신용대출 때문이다. 신용대출 잔액은 1조519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8월에는 증가 폭이 1103억원에 불과했고 9월에는 2711억원 감소했다.
주담대는 지난달 1조268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9·7 부동산 대책이 나왔던 지난 9월(1조3134억원)보다도 증가 폭이 작았다. 지난해 10월(1조923억원) 이후 가장 작은 증가 폭이다. 10·15 대책의 효과가 더해진 여파로 풀이된다. 전세자금대출은 5385억원 감소해 아예 뒷걸음질을 쳤다. 9월(-344억원)에 이어 두 달째 내리막이다. 감소 폭은 2024년 4월(-6257억원) 이후 가장 컸다.
부동산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는 P2P 대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말 P2P 대출 잔액은 1조4338억원으로 전월 대비 860억원 증가했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21년 6월 이후 최대다. P2P 대출 잔액은 문재인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던 2022년 한때 1조4000억원대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말 1조1000억원대로 줄어들었는데 지난달 다시 전고점 수준으로 부푼 것이다.
P2P 대출은 주담대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각종 규제를 받지 않아 우회로로 여겨진다. 금융 소비자들이 제1·2 금융권에서 자금을 한도까지 끌어다 쓴 뒤 찾는다.
금융권에서는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발표를 전후해 대출 규제 강화를 예상한 금융 소비자들이 대거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대출)을 개설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마통은 만든 뒤 실제 돈을 꺼내 쓰지 않더라도 한도 만큼 대출로 잡히므로 신용대출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주식 투자를 위한 신용대출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 거래 융자’ 잔고도 전고점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