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성공 위해 성과 보상주의 필요”

입력 2025-11-07 00:08
양오봉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전북대 총장)이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소재 전북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성공 요건을 설명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가장 중요한 성공 조건은 교수들이 신나서 일하도록 성과 보상 체계를 개편하는 일이다.”

양오봉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전북대 총장)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전북대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거점국립대 9곳을 서울대급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내년에 3개 대학부터 시범 운영하고 2027년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양 회장은 9개 거점국립대가 동시에 시작하지 않으면 교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려워 정책 효과가 크게 반감된다고 강조했다.

-교수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 이유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면 어느 정도 대학 랭킹은 상승한다. 하지만 세계적 명문대로 발돋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학이 좋아지려면 결국 교수들이 움직여야 한다. 좋은 강의를 개발하고 연구도 열심히 하고, 대학원생을 잘 키우도록 교수 채용부터 승진과 보수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현재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교수들도 존재한다. 역대 정부들이 매번 실패한 어려운 일이다. 총장의 리더십이 강력해도 힘들다. 국립대는 총장을 교수 직선제로 뽑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시작되면 9개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공동으로 혁신안을 내놓고 실행할 계획이었다. 3곳만 먼저 하게 되면 이 혁신안을 발표하고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3곳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왜 안 되는가.

“지금처럼 교육과 연구를 소홀히 해도 비슷한 급여를 받는 체계가 아니라 프로 선수같이 철저한 보상주의로 가야 한다.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대학이나 신흥 명문으로 각광받는 싱가포르나 홍콩 대학 등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교수는 보수와 연구비에서 정말 많은 혜택을 받고, 그렇지 않은 교수는 도태되는 선순환 구조다. 예컨대 서울대 10개 만들기 1차년도에 들어간 대학 3곳에서만 이런 개혁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논문 등 연구 성과가 없는 교수를 공개하거나 공개 강의평가로 강의 배정을 하는 방안 등이다. 승진은 내부 평가가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 평가를 받는다면 어떨까. ‘다른 곳은 안 하는데 왜 우리만 하는가’ 같은 반발이 총장에게 쏟아질 것이다. 이러면 선정된 3곳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거점국립대 9곳이 정부의 지원과 국민의 지지 속에 동시에 바꿔야 반발하지 못한다.”

-거점국립대의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 거점국립대 9곳은 대안을 만들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첫해(내년)는 개별 대학에 돌아가는 예산을 줄이더라도 9곳이 동시에 출발하자는 내용이다. 교육부는 연구중심 대학 전환을 위한 ‘연구중심 인센티브’ 예산으로 1200억원을 책정하고 3개 대학에 400억원을 배정할 계획이다. 우리 방안은 이 예산을 1800억원으로 늘리고 9개 대학에 200억원을 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표 참조). 나눠먹기란 시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방안은 9개 대학이 동시에 출발하되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기적으로 성과평가하고 하위 3곳 예산을 깎아 상위 3곳에 주는 방식이다. 예산 나눠먹기와 거리가 멀다.

-다른 대학에도 영향을 줄까.

“거점국립대의 변화는 전체 대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역에서 거점국립대는 상징성이 있다. 거점국립대가 개혁 조치를 단행하고 달려가는데 지역의 국립대나 사립대들이 그냥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서울의 대학에도 강한 자극이 될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글로컬 대학, 라이즈 모두 ‘지역 밀착’ 개념인데 중복 아닌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3특(제주·강원·전북특별자치도) 전략에 따른 지역의 전략 산업을 거점국립대가 뒷받침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연구중심대학으로 양자컴퓨터나 핵융합 같은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고 노벨상도 노리는 쪽에 방점을 찍었으면 한다. 지역의 전략 산업에 고급 인력을 공급하는 일은 이미 거점국립대가 많이 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이것에만 치중하면 지자체와 지역 기업, 지역 대학의 협력 체계인 ‘라이즈’(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와 상당부분 겹친다. 거점국립대는 50%를 지역 특화사업에, 나머지 50%는 미지의 영역에 쏟는 게 바람직하다.”

양오봉은 누구

1962년 전북 남원시에서 태어났다. 화학공학 연구자로 고려대에서 학사, 카이스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모델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데이비스)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23년 2월 총장에 당선됐다. 전국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고등교육 정책에 관여하고 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