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줄이는 방안을 내놓자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류에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탄소 감축 기술·설비 투자, 배출권 추가 구매 등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두 가지 안의 하한선은 모두 산업계가 요구해온 ‘48%’ 감축보다 높게 설정됐다. 업계에선 2030 NDC의 산업 부문 감축률이 2018년 대비 11.4%인 것과 비교하면 정부 안은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인식이 강하다.
전문가들도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산업계 사정을 고려한 감축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홍종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은 “2035 NDC 상향 조정은 탄소중립에 따라 추진되고 있지만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은 기술적 한계와 투자 여력의 제약 속에 감축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산업의 80%는 철강·석유화학 등 난(難)감축 산업으로 구성돼 있다”며 “단순한 감축 의지나 기술 선언만으로는 현실적인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NDC는 배출권거래제 할당과 직접 연동돼 규제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들의 고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NDC가 제시한 수준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배출권을 시장에서 구매해야 한다. 업종별 협회가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배출권 추가 구매 부담을 조사한 결과 철강 5141만9000t, 정유 1912만2000t, 시멘트 1898만9000t, 석유화학 1028만8000t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배출권 가격을 t당 5만원으로 가정할 경우 배출권 구매 비용만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협회 관계자는 “감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 지원, 인프라 확충, 제도 개선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