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폭탄이 떨어진 듯 쾅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먼지가 나면서 무너지더군요.”
6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는 마치 폭격을 당한 것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사고 현장은 철제 구조물로 이뤄진 타워 하부가 완전히 붕괴해 옆으로 쓰러지며 철골들이 엉켜 산을 이뤘고, 타워 윗부분만 겨우 형태를 유지한 채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진 상태였다.
발주 공사를 맡은 HJ중공업 관계자는 “갑자기 ‘콰르릉’ 소리가 나자 먼지가 훅 나면서 넘어졌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타워 높이가 60m인 것을 감안하면 20층짜리 아파트 한 채가 무너진 셈이다.
발전소 직원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건물에 있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사고는 HJ중공업 협력업체인 코리아카코(발파 전문업체)에서 고용한 작업자들이 보일러타워 폭파 전 작업을 하다 붕괴됐다”고 전했다. 이어 “대형 구조물인 데다 철재로 돼 있어 이를 잘라가며 매몰자를 모두 구조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울산소방본부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현재 현장에는 소방 54명, 경찰 66명, 남구청 11명, 고용노동부 6명 등 13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700t 크레인이 오후 3시20분 현장에 도착했고, 500t 크레인 2대가 추가로 투입돼 잔해 제거와 구조통로 확보 작업이 진행됐다.
소방 당국은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안전통제선을 설치했고, 소방 크레인 등을 이용한 단계적 잔해 해체와 구조견, 드론, 탐지 장비를 활용한 수색을 진행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1981년 준공된 이 보일러타워는 벙커C유로 생산한 스팀으로 터빈을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다.
2021년부터는 사용이 중지됐고, 철거를 위해 지난달부터 취약화 작업이 진행되던 중이었다. 취약화 작업은 발파를 통한 철거 때 시설이 쉽게 무너지도록 하기 위해 기둥을 비롯한 구조물들을 미리 잘라놓는 일을 말한다. 총 3기의 타워 모두 취약화 작업을 완료한 뒤 이달 16일 발파를 통해 철거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2일에도 작업자 9명이 25m 높이에서 구조물을 자르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9명은 모두 발파 철거 전문업체인 코리아카코 소속으로, 1명은 정직원이고 나머지 8명은 계약직 형태의 근로자라고 소방 당국은 설명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