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60의 ‘굴욕’, 올해 한 달에 70대 팔렸다

입력 2025-11-07 00:43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최초로 내놓은 전용 전기차 GV60이 고전하고 있다. 4년 전 출시 당시 럭셔리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첨병으로 주목받았지만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일 제네시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60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703대를 기록했다. 한 달 평균 약 70대를 판매한 셈이다.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현대차 전체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적다. 전기 특장차인 ST1 판매량(146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1월(2대)과 3월(6대)엔 한 자릿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GV60은 2021년 10월 출시됐다. 브랜드 최초로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개발된 제네시스 전동화 전략의 신호탄이었다. 업계에선 GV60이 부진한 배경으로 ‘고가 전략’을 꼽는다. 전기차 시장의 흐름이 가성비 중심으로 재편하는 상황에서 6000만원이 넘는 준중형 전기차에 소비자가 선뜻 주머니를 열기 힘들다는 것이다. GV60의 2026년형 기준 가격은 스탠다드 2WD가 6490만원, 스탠다드 AWD 6851만원, 퍼포먼스 AWD 7288만원에 달한다.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상한선(5300만원)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GV60 구매자는 정부 보조금의 50%만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보조금이 100% 적용되는 테슬라 모델Y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싸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트림별로 382~481㎞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크게 앞서는 수준은 아니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대비 성능이 애매한 전기차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에 고급 브랜드는 준중형급 차량 판매가 저조한 측면이 있다. 전용 전기차이기 때문에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다는 점도 실적 개선에 장애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네시스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로 승부수를 던진다. 최고 출력이 600마력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 처음 공개한다. 그동안 축적한 제네시스의 기술력과 럭셔리 철학을 접목해 차별화된 주행 감성과 고급스러움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GV60 마그마가 당장 판매 회복으로 이어질 지는 불투명하다. 업계에선 이 차의 가격이 1억원 안팎으로 형성될 것으로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 중심으로 재편되는 전기차 시장에서 ‘고가 고성능’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