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힌 ‘호남과의 동행’

입력 2025-11-07 02:0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시도하고 있다. 장 대표는 시민단체의 격렬한 저항으로 현장 분위기가 격앙되자 헌화와 분향 없이 묵념 후 발걸음을 돌렸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취임 후 처음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발걸음을 돌렸다. 외연 확장을 위해 ‘호남과의 동행’을 약속한 그는 “진정성이 아직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매달 오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오후 1시39분쯤 광주 5·18묘지에 도착할 때부터 시민단체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광주전남촛불행동 등 시민단체는 ‘오월영령 능욕하는 내란공범 장동혁은 광주를 떠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5·18묘지 입구 ‘민주의문’을 가로막았다. 이들은 “내란범이 갈 곳은 감옥” “바퀴벌레 물러가라” “(던질) 계란도 비싸다” 등 고성을 지르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저지했다.

민주의문부터 추모탑 인근까지 약 100m 거리를 이동하는 데 10여분이 소요됐다. 경호인력이 장 대표를 둘러싸고 길을 트려 했지만 시위대와 지지자가 뒤엉키며 몸싸움을 벌이는 탓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은 멱살을 잡혔고, 양향자 최고위원은 인파에 밀려 엉덩방아를 찧었다. 묘역으로 이동하려던 장 대표도 옷깃이 붙잡혀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

장 대표는 격앙된 현장 분위기에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한 채 추모탑을 향해 짧게 묵념한 뒤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추모탑 옆에 세워진 국민의힘 당대표 명의 조화와 명패는 시위대에 의해 부서졌다. 시위대는 장 대표가 탑승한 버스도 막아서며 “내란정당 해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18묘지 도착 18분 만에 쫓기듯 떠났다.

장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추모탑 앞에서 묵념으로만 예를 갖춰 안타깝다. 5·18 정신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매달 호남을 방문해 지역민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당면한 여러 민생 문제나 지역 현안을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광주=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