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도 30여년 공회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돼도 난제 많다

입력 2025-11-06 18:55 수정 2025-11-06 23:58
2015년 11월 25일 윤병세(오른쪽) 당시 외교부 장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원자력협정 발효식에서 협정서를 교환하는 모습. 이병주 기자

한·미 원자력협정이 일본 수준의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타결이 되더라도 거쳐야 할 난제가 많다. 농축·재처리 권한을 모두 갖는 일본도 자체 농축 우라늄은 경제성이 썩 좋지 않고, 재처리 시설은 완공에만 30년 넘게 걸리고 있어서다. 단순 권한 확보만으로 ‘샴페인’을 터트릴 게 아니라 기술·경제적 타당성 등 검증 과정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곧 발표될 한·미 간 원자력협정의 개정 방향은 일본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최근 “미국에 일본과 동일하게 허용해 달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88년 개정된 미·일 원자력협정에는 플루토늄 등 사용후핵연료의 국내 재처리와 20% 미만 우라늄 농축에 대해 미국의 포괄적 사전 승인을 부여한다는 조항이 있다. 매번 미국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은 현재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은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고, 독자적인 재처리도 금지돼 있다. 만약 일본과 같은 포괄적 사전 승인을 받는다면 한국은 원자력 연료의 자체 확보가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그러나 권한 확보를 하더라도 그다음 갈 길이 더 멀다. 일본은 농축·재처리 권한을 받은 지 30년이 넘었지만 원전 연료 자급자족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현재도 일본은 원전에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자체 농축이 부진한 것은 경제성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농축 우라늄을 대규모로 생산해 공급하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단가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세계 저농축 우라늄 시장은 대형 원심분리기 설비를 가진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네덜란드 등이 대규모 공급망을 무기로 장악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30년이 넘도록 재처리 시설 공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1993년 첫 삽을 뜬 아오모리현의 재처리 시설 롯카쇼 공장은 안전 문제와 기술적·설계적 난제에 부닥치며 완공이 계속 지연됐고,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축·재처리 권한이 있더라도 이처럼 실제 생산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에 비해 긍정적인 부분은 우리의 경우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력 수요 대부분을 화력발전에 의존하는 일본과 달리 원전 비중이 31.5%(지난해 기준)에 달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규모의 경제’로 저농축 우라늄의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심상민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차세대 원전이라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쓸 연료를 자체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화”라며 “국내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농축·재처리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라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